Jan 25
나른한 일요일 아침, 혜진이와 나는 근래에 자주 오는 Fremantle에 Gino라는 이탈리안 카페에 앉아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북적이고 또 우리가 조금 늦게 나온 탓인지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을 만큼 사람들이 빼곡히 차 있다. 우리도 그 중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않아서 혜진이는 그림을 그리고 알아볼 것들을 찾아보고, 나는 책을 읽으며 각자 나름의 일요일 오전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분 좋게 따듯한 햇살과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만났는지 아니면 어제 만나고 할 얘기가 남은 건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이 장소에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은 한 사람이 시야에 포착된다.
그녀는 빨간 조끼에 뒤에 큼지막하게 Proudly Working이라는 하얀 글자가 쓰여있는 60대는 되어보이는 마른 몸의 백인 할머니였다. 그녀가 이 곳에 등장하자 여러 사람들이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급하게 눈을 피하면서 대화 중간중간 곁눈질로 쳐다본다.
이윽고 노숙자들에게 판매로 인해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Big Issue라는 잡지의 판매자인 그녀는 빨간 모자와 조끼때문일까 섞일 듯 섞이지 않으며 노천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시작으로 대면 판매를 시작한다. 그리고 Big Issue?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테이블이 부족하게 느껴질 만 한 푸짐한 아침식사를 먹으며 현금이 없다는 핑계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손사래를 치고는 애써 하고있던 대화를 이어간다. 하지만 거절 후에 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알아볼 요양인지 다른 테이블로 가는 그녀를 꼭 다시 쳐다본다.
그러다가 어떤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더니 그 아주머니는 그녀에게 잠깐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는 어딘가 다녀오더니 돈을 건네곤 Big Issue잡지 하나를 들고 따듯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딸들과 남편이 있는 자리로 걸어간다. 돌돌 말아가는 잡지를 보며 나는 과연 저 아주머니가 잡지를 볼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윽고 Big Issue 판매자는 카페 안으로 들어오더니 우리쪽으로 가까이 온다. 그리곤 다른 테이블을 거쳐 내 눈길을 읽었는지 아니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내 눈을 바라보며 설득하는 듯이 Big Issue?라고 말을 건넨다.
사실 다른 아주머니가 사는 걸 보고, 안에 무슨 내용일까? 라고 생각을 하면서 사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세일즈(?)에 거의 자동으로 나는 고개와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내가 너무 과하게 흔들었나 싶었다. 그 분도 느꼈던 것일까, 다른 사람들에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나에게는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게 Have a good day라고 말을 하며 돌아선다. 뒷모습을 보며 에이, 하나 살 걸 그랬다 싶다.
살아가면서 중심을 지키려고 노력을 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또 내 생각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조금 더 유연한 대나무 같은 사람 말이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서 살아가면서 갖는 행복감은 참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으로 예를 든다면 내가 같은 금액을 갖고 있어도 나보다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 속에 있다면 나는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느껴질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나는 부자 처럼 느껴질 것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엄마만 있는 집에서 자랐다면 양쪽 부모님이 있는 가정이 부럽겠지만 상대적으로 고아로 자란 아이에게는 연민을 느끼겠지.
물론 행복을 느끼는 정도나 삶의 만족감또한 너무나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주변의 영향을 받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자전거 여행 막바지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180km를 탄 적이 있는데 덕소쪽으로 들어오는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지는 해를 보며 계란 노른자를 떠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도착해서 삶은 계란을 먹으며 그 순간을 기억하며 너무나도 감사하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과연 최고급 와규에 고급 와인을 마시는 부자가 행복할까 아니면 부족하지만 오랜만에 마음 먹고 외식을 나와서 순댓국을 먹는 사람이 행복할까? 그 순간에는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일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되면 결국에는 행복은 내 안에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특히 한국 영화에서 담배를 태우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나는 지금은 안 피우지만 예전에는 나 자신을 애연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담배를 피우면서 몸에 안좋은 것과 스트레스를 풀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는 것과는 뭐가 더 좋을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게 안좋다라고 하겠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담배 태우는 장면을 보면 왜 그렇게 맛있게들 태우는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