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의 상큼한은 좋지만 신김치의 신맛은 싫어!

Feb 2025

by Song Gidae

레몬의 상큼한은 좋지만 신김치의 신맛은 싫어!


라고 혜진이에게 말했다. 혜진이와 며칠전에 지나가듯 얘기했던 내용이다. 일이 없는 날에 혜진이가 콜슬로 샐러드를 만들었고 신맛을 좋아하는 혜진이가 레몬을 엄청 많이 넣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나에게 먹어보라고 한 젓가락을 줬는데 참을 수 없이 신맛에 눈을 질끈하고 뜨지를 못했다. 내가 신맛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넣었는데 신맛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혜진이의 기준은 너무 높았던 것이다. 우리 둘다 소스파여서 고기를 먹으러 가면 쌈장을 몇번을 리필받는데 혜진의 소스의 밀도라고 할까, 강도라고 할까, 그 정도가 놀라울 때가 있다.


매해 나이가 먹어가면서 점점 식성이 바뀌고 있다. 어릴적 어른들이 제철 나물을 먹으면서 맛있어 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제철 채소의 그 향과 싱싱함을 찾게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하지만 여전히 신맛은 좋아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김치의 신맛은 어려울 것 같다. 신~김치를 즐겁게 드시는 엄마와 이모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지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고이는데 군침이라고 할 수 없는 눈이 찌푸려지는 침이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을 잘 먹고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도 꺼려하지 않지만 물론 선호 혹은 비선호 하는 음식이 있고, 기분에 따라 더 맛있게 먹는 음식들이 당연히 있다. 그래도 만약 누군가 제일 좋아하지 안는 음식이 있냐고 물으면 꼭 얘기하는 음식이 있다. 초등학교 이후로 20년이상 얘기를 했으니 아마 평생 계속 할 얘기일 것 같은데, 바로 토란이다. 정확히 말하면 토란국인데 이 감자같이 생겼는데 맛은 없는 토란에 대해 아주 안좋은 기억이 있다.


여느 집처럼 어릴 적 엄마가 집에서 음식을 해 주시면 나는 가리거나 남기지 않고 잘 먹어야 했다. 그리던 어느 날 어디서 들으신건지 아니면 처음 해 보신건지 토란국을 끓이셨고 그 음식을 먹여졌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맛이 없었을까 참 이상하기도 하다. 지금 엄마에게 물어보면 기억을 못하시지만 아마도 처음 해 보셨던 걸지도 모르고, 그래서 실제로도 맛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엄마의 자존심을 위해 아마 내가 그냥 먹기 싫어 그렇게 느꼈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웬만하면 그냥 먹는데 그 날은 참 못먹겠다 싶었다. 한참을 실랑이 하다가 아마 엄마도 오기가 생기고 고집이 생겨서 그랬을까 내가 그릇을 들고 못먹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니 내 고집을 꺾고자 꼭 다 먹어야한다면서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넣었다. 헛구역질까지 하면서 겨우 다 먹었는데 그 뒤로 토란은 이름만 들어도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안좋은 추억중의 하나가 되었다.


지금은 엄마에게도 웃으면서 가볍게 이야기 하게 됬는데, 사실 20대때 토란국을 먹어본 적이 있었고 겁이 났지만 먹었을 때 사실 맛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좋은 기억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 혹은 그 축에 끼기에도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아마 평생 한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을만큼만 먹게 될 것 같다.


호주에 와서 페이스트리 쉐프로 일을 하면서 식사 후 디저트를 먹는 것에 익숙해지고 식사 후 찾았던 때가 있는데 요즘에 뭔가를 먹고 너~무 달다라고 말하는 나를 보면 단 맛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처럼은 덜 좋아하게 되지 싶다. 또 어릴 적에 어른스러운 척 하기 위해서 먹었던 쌉살한 맛의 채소나 음식들은 어느새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고, 커피는 매일 아침 한 잔이 없다면 아쉬울 정도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라기 보다는 호주에 와서 생긴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바로 감자칩이다. 프렌치프라이나 웨지(Wedge)같은 사이드 음식은 한국에서 웬만해선 손에도 대지 않던 않았는데, 호주에 오래 살아서일까 이제는 종종 감자칩만 시켜서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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