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

by Song Gidae

최근 단식이란 걸 해 봤다. 지난 몇년동안 들어왔던 간헐적 단식이란 말은 나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물론 생각은 해 봤고 또 해 보면 좋겠다고 혜진이에게 말을 해 보기도 했지만 억지로 굶는다는 건 다른 무슨이유에서가 아니라 그냥 왠지 이치에 맞지 않는 그런 상상이 안가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아침에 ACC쥬스(Apple, Carrot, Cabbage)라는 걸 먹기 시작하고 클라이밍을 하고 소식이란 부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한번 해 볼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전혀 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식이라는 걸 한 일주일 정도 마음을 먹고나니 일단 시도나 해보자 하고 화요일 아침 8시반정도에 쥬스를 마시고는 단식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얘기 하자면 24시간 금식을 했고 끝날 때 쯤에는 오히려 괜찮았다. 그리고 매 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 날 당일 오전에는 나름 괜찮았는데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면서 두통이 찾아왔다. 얼마전까지 키토다이어트를 했을 때도 탄수화물을 안먹으면 키토시스에 들어가기 전에 두통이 밀려오는 데 딱 그런 증상이었다. 단지 그 두통이 잠깐이 아닌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계속 물을 마시고 눈에 스쳐지나가는 음식들을 마치 명상을 할 때 드는 생각들처럼 가능한 최대한 그저 흘려보냈다. 과연 굶어본 게 얼마만이었을까? 생각을 했을 때 예전에 먼저 국내 자전거 여행을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45일정도 반시계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하루에 80km정도씩을 타며 친구들을 만나서 집에서 머물고 때로는 경비아저씨를 피해 대학교 계단 옆 쇼파에서, 빌라 계단에서 자면서 여행을 했다. 배고픈 날들이 많았지만 식당에서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벌기도 하면서 다녔는데 아마 마지막 날이었던 것 같다. 미시령쪽이었나, 그 날은 어느 식당에 야외 테이블이 놓여있는 곳에서 야박을 했다. 먹은 게 없었기 때문에 배고픈 채로 일어나서는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표지판에 서울까지 180km라고 써있어서 하루 안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쓸데없는 오기가 있던 젊은이였기데 해가 뜨기 전에 출발을 해서 달리고 달려서 오후 늦은 시간 쯤에서야 드디어 자전거 도로가 나 있는 덕소쪽으로 진입을 했다.


40일정도 되었을 때니 엉덩이는 이미 굳을대로 굳어있었고 허벅지도 탄탄해서 힘들다는 느낌은 많이 없었지만 정확히 기억나는 건 저 멀리 한강을 건너 떨어지는 빨갛고 컸던 태양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아름답다거나, 아 드디어 서울이구나같은 감격이 아닌 바로 계란노른자. 삶은 계란 하나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면서 몸은 거의 자동으로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해외로 무전여행을 갔을 때 지금 떠올리면 네팔이나 인도에서 뭘 먹으면서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굶주림에 익숙해져있던 때문일까 호기로웠던 젊음때문이었을까 배고픔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치 다람쥐가 입속에 도토리를 저장하듯이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놓았다.


그 때가 2013년 전이었던 걸 생각하면 지난 10년동안은 배고픔에 대해서 생각 해 본적은 없다. 늘 일을 했고 그랬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쉽게 돈 주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굶는다는 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또 내 인생에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나 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먹을 것에 대해서 짧은 시간동안 많이 생각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이제는 고려하고, 옵션으로 두고 실제로 해보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예전에는 쉽게 단정지었던 것들에 대해서 이제는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된다. 내가 변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그 다름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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