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20대 초반부터,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고등학교 때 임헌갑님의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라는 책을 읽고나서부터 나의 초점은 늘 해외에 있었다. 여행을 가고 또 여행을 하다가 몇개월동안 살아보고 하면서 20대 초중반을 보냈다.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사람들, 단순히 여행뿐만이 아닌 일을하면서 겪었던 일들 덕분에 많은 경험들이 쌓였고 다녔던 많은 나라들 중 그 중 가장 현실적으로 돈도 벌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는 호주에 왔다.
자연이 좋고, 사람들이 여유롭고, 페이가 높고, 교통 체증이 적어서인지 비교적 시간이 많기 때문에 길게 살아보자는 생각에 영주권을 따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영주권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별 걱정없이 일을 하며 살고 있다. 2018년 초에 이 곳에 온 이후 지난 7년이란 시간동안 한국에 딱 두번 다녀왔는데 첫번째는 2023년에 약 3주, 그리고 최근에 3주를 다녀왔다. 2023년에 한국에 다녀왔을 때는 한국과 호주를 비교하기 바빴다. 호주는 이런데, 한국은 이러네라는 식으로 한국 사람들의 불친절함과 매너없는 운전, 생각보다 비싼 물가 등등, 그리고 다시 호주에 돌아왔을 때는 아, 집이다 라며 쉬었던 기억.
근데 약 1년 반만에 다시 돌아간 한국은 내가 바뀐건지, 한국이 바뀐건지 뭔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물론 혜진이의 병원 일때매 한국에 가서 그런지, 어마어마하게 효율적으로 처리되는 병원 시스템에 먼저 엄지척을 날리며 국밥부터 시작해서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먹을거리와 9시가 넘어서도 늦게까지 여는 가게들, 성수동을 비롯해 핫플레이스라고 불리우는 곳들을 거닐며 감탄을 연발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 180도 바뀌어선 호주는 그런데, 한국은 와.. 진짜.. 라며 3주의 시간을 꽉꽉 채우고 내 몸무게도 함께 채우고 왔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날씨가 좋았지만 이번에는 마치 우리를 반겨주는 듯한 맑은 날씨와 이것봐 한국도 살만해 라는 듯이 친구를 만나러 갔던 1박 2일의 제주에서는 아침에 작은 오름을 오르며 호주만큼이나 아름다운 자연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격하게 느꼈던 것은 이 곳이 “내”나라라는 것. 내가 어린시절을 살아왔고 성인이 된 곳.
내 38년 인생에서 적어도 25년 이상은 한국땅에 발 붙이고 살았기 때문에 내가 하려는 행동이 법적으로 뿐만아니라 문화적, 정서적으로 맞고 틀리고를 알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답하거나 질문하는 법을 알기 때문에 충분히 한국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혜진이의 말에 의하면 “더듬이가 제대로 작동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굳이 말을 할 때 내가 하는 이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거의 없고 들리는 대로 들어진다. 그리고 무언가가 필요하면 어디로 가야할 지 알고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하는지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한국에서의 삶이 조금 그리워져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호주는 언제까지나 외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의 방향이 이렇게 쉽게 바뀐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혜진이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물론 호주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고 감사하며 열심히 돈을 벌며 살아가겠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