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5
요즘에는 야채가게에 가면 귤이 많이 나와있다. 근데 큰 체인점 슈퍼마켓에 가면 고를 수 있는 귤 종류도 얼마 없고 제철과일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키로에 $6.99나 $5.99이렇게 한다. 그래서 내가 과일이먹고 싶어서 종류별로 고르고 야채 장도 보려고 하면 가는 곳이 있다. 이름부터 왠지 맛있고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이 팔 것 같은 Golden Choice. 아시안이 운영하는 곳인데 아마도 베트남 사람들이지 싶다. 귤 종류도 6~7가지 정도 되고 가격고 싼 거는 키로에 $3.99도 하기 때문에 한번 가면 나도 모르게 많이 사게 되는데 계산할 때 보면 가격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아서 늘 뿌듯하게 가게 문을 나서는 그런 곳이다.
호주에서 파는 귤은 한국 귤이랑 다르게 씨가 있는 경우도 많고 먹다가 씹으면 쌉쌀한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조심히 먹다보니 귤의 맛을 100% 느낄 수 없는 것 같아서 왠만하면 씨가 없는 걸 찾으려고 한다. 근데 여기는 가끔은 귤을 하나씩 까서 놓기 때문에 너무 좋은데 안 그런 경우가 있어서 내 감을 믿고 사야할 때가 있다. 사실 감이라기 보단 제일 싼데 귤 껍질이 너무 딱딱하지 않은 걸 고르려고 한다. 왠지 껍질이 딱딱하면 오렌지 같을 것 같고 달기보단 신 맛이 날 것 같아서 그렇다.
귤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과일 순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진 않는다. 망고, 수박, 메론, 포도, 망고스틴, 등등등 하다보면 나오는 게 귤이다. 아마도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 과일 우선순위로 치면 더 가깝게 나오지 싶다.
어쨋든 내가 겨울이랍시고 열심히 귤쇼핑(?)을 하는 이유는 다른 과일에 비한 편리함도 있을테다. 껍질만 툭툭 까서 알멩이만 먹고 씨는 투투투하고 뱉어버리고, 껍질은 주머니에 놔두거나 버리면 손에 찝찝함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농약걱정으로 씻을 필요도 없고 그냥 바로 먹기가 좋은 과일이다. 이렇게 글로 쓰고 나니까 그래도 우선순위가 조금 더 올라간 것도 같다. 너무너무 맛있긴 하지만 먹고나면 손에 범벅이 되는 망고와는 다르다. 아마도 우와하게 망고를 드시는 분들은 안 그렇겠지만 나는 가운데 씨는 열심히 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귤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도대체 몇번을 봤는지 모르는, 내 나이 또래 남자들이라면 당연히 알 수 밖에 없는 히로스에 료코의 비밀이라는 영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주인공이 귤 한박스를 다 먹고 떠난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그 당시 일본영화답게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영화인데 꼭 한번 볼 만한 영화다.
영화에 귤을 먹으면 손이 노랗게 된다는 부분이 있는데 조금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귤을 먹고 손톱주변이 노랗게 변하면 왠지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도 귤을 한봉지 가득 사선 잠바주머니 양쪽에 두둑히 균형을 맞춰서 넣고 제제 산책겸 일요일 노을을 보러 바닷가에 나와서 귤을 먹다말고 글을 쓰다보니 하늘과 빛에 반사되는 모래들이 귤색을 띈다.
아 참, 오늘은 귤도 귤이지만 귤사이즈로 파는 감도 다섯망이나 사서 집에서 감깍아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엉덩이가 근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