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June 2025

by Song Gidae

최근에 한국에 다녀온 후 책을 몇권 사온 것을 계기로 독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책을 읽고 노트에 옮겨적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지우고난 후부터는 화장실에 가서 의미없는 화면이 아닌 앱을 통해 책을 읽고, 밥먹을 때 넷플릭스 대신 책을 읽다보니 한권 두권 책상위에 쌓여가는 재미가 있다. 물론 단순히 양을 위한 독서는 아니지만 생각했던 일주일에 한 권 이상을 읽는 내 모습을 보니 꽤나 낯설게 느껴졌나보다.


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 이렇게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입대한 후 일년이 지나고 상병이 되서야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데 그 전까지는 못 읽게 해서 그랬을까(병사들 사이의 아주 쓸데없는 규율) 상병이 되자마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친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일년동안 100권을 읽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닥치는대로 독서를 해 나갔다. 물론 막판에는 100권이라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 얇은 책들 위주로 읽기도 했지만 어쨋든 100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전역을 했다.


지금 생각나는 책은 사실 없지만 당시 읽었던 책들이 내 정서나 그 후의 내 인생에 대한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사실 독서라는 게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 해 보니내 안의 많은 것들이 바뀌는 소위말해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삶이 바쁘다보니 책을 또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살아가면서 실제로는 지난 15년동안 1년에 한 두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 더불어 SNS에 올라오는 영상이라던지 핸드폰 게임은 아주 작정하고 내 집중력을 앗아가려고 만들어졌기에 마치 야생 동물처럼 도파민에 중독된 채 본능적으로, 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고 살았다. 반복되는 행동들과 친구들과 얘깃거리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내 습관들에 지쳐갈 때 쯤 앱을 지웠고 책을 손에 들었다.


뭔가 마법처럼 큰 순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시간이 나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주말에는 가끔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단은 마케팅 책을 읽어보자라며 조금씩 읽어내려가다 보니, 왜 내가 모르면 찾아보고 공부할 생각을 안하고 내 안에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만 하려고 했을까? 왜 검증도 안된 마케팅에 돈을 써가면서 홍보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시작했다. 심지어 유튜브에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좋은 정보를 나누려고 안달이 나있는 곳이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독서모임을 하려고 사람들을 모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진 않아서 조금은 실망스럽지만 다음주에는 나를 포함해서 5명이 모여서 모임을 해 볼 생각이다. 처음으로 읽으려는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이 책은 읽기 쉬워서 한글로도 영어로도 몇번은 읽은 책인데 소설을 읽듯이 빠르게 읽어나가다가도 문득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과연 나는 내 Legend를 찾아가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오아시스의 편안함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혹은 그마저도 아닌, 나는 그저 양치기로써 보물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 위에서 잠을 자고 양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뜨고는 물한모금을 마시고 뛰고 와선 명상을 하고 아침에 먹을 야채쥬스를 준비 해 놓곤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호주 겨울은 겨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만큼 춥지 않지만(한국에 비해) 시원한 공기는 나름 겨울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쓴다.


“오늘도 뛸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볼 수 있음에, 그리고 존재함에 감사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면서도 또 무언가를 얻으려고 살아간다. 두가지 마음이 공존함이 불편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사실 그저 행복하게 살고싶다. 그러기 위해 수반되는 것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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