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June 2025

by Song Gidae

내가 태어난 곳은 2호선과 4호선을 잇는 나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서울의 사당동이라는 곳이다. 아버지의 가게가 사당동에 있었던 터라 어린시절부터 사당동과 그 건너편인 남현동을 오가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수원같은 지역으로 늦게까지 다니는 빨간색 광역버스도 많았고 강남역과도 가까웠기 때문일까 밤 늦게까지 늘 북적거리던 동네였는데 어릴적에는 친구들이 동네에 살았고 같은 동네 친구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오동추야라는 우리를 받아주던 곳이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과도 멀리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고둥학생이 되면서 강남역 2번출구에 있던 YBM어학원에서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사당역 근처나 이수역(당시 총신대입구)을 벗어나 동네 친구들보다는 조금 더 빨리 번화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나는 도시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으로 자라왔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나는 호주에서 작은 도시중 하나인 퍼스라는 곳에 와 있고, 그 것도 부족했는지 조금 여유로운 주말을 틈타 일박이일로 자동차와 비행기의 소음과 사람들을 피해 또 한시간이 떨어진 곳에 와서 피아노 반주만 흘러나오는 음악을 틀어놓거나 그마저도 꺼놓고 캠프파이어를 하고 그 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사실 얼마전에 한국에 다녀온 후로는 그리움에 사무쳐 한동안 혜진이에게 장난식으로 한국에 가서 살까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제주도의 오름이나, 다양한 종류의 “한국”음식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근데 다시 호주에 와서 보통의 삶으로 돌아오고 캠핑을 와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사실 내가 그리운 건 한국보다도 사람들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한국의 병원 시스템과 수없이 새로 생겨나고 맛은 또 기가막힌 음식들, 모국어에서 오는 편안함이 너무 좋았지만 마음나눌 사람들이 그립기도 하고 쉽게 통화하고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라는 존재가 필요한 것 같다. 여러명이 옹기종기 모여 캠핑을 간다던지, 그런 재미있는 것들을 하는 걸 말이다.


근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혼자서 캠핑을 간다. 사실 퍼스에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타지에 와서 다들 자기 살 길이 바빠서 그런건지,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퍼스에 와서 살게 되서 그런건지, 혹은 그냥 내가 변한건지도 모르겠다.


어쨋든지간에 혼자 카라반을 끌고 가선 미리 만들어간 닭고기 스프를 먹고, 감과 귤을 깎아먹으면서 책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불편한 하룻밤을 보내고 왔다. 밤에는 비도 많이 왔지만 새벽에 추웠던 것만 빼면 다행히 텐트가 아닌 카라반이어서 그런지 딱히 신경 안쓰고 잘 잤고, 제제는 열심히 알파카 똥들에 몸을 비비며 냄새나는 똥개가 되어서 집에 오자마자 한바탕 목욕을 시켰다.


예전과 바뀐게 있다면 이제는 술을 가져가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혼자서는 거의 마시지도 않는다. 딱히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눈치도 못채게 변한 습관중 하나다. 또 다른 점은 음식은 점점 더 간편하게 먹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삼겹살에 라면, 거기에 곁들일 다른 재료들까지 아이스박스가 차고 넘치게 가져갔지만 이번에는 나름대로 닭을 푹 삶아서 닭고기스프를 만들어 끼니를 해결했다. 나중에는 그냥 아침은 과일이나 시리얼정도로 먹고 저녁은 햄버거 같은걸로 먹으면 간편하니 좋을 것 같다. 그 대신 제철 과일을 가득 사 가서 과일이나 먹으면서 있다가 오면 좋겠다. 그럼 덩달아 짐도 줄어들테고 부담도 덜할테니 쉽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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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가 지나서 오늘도 손님과 미팅이 끝나자마자 1시간 거리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뭘 덜 가져가면 좋을지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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