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June25

by Song Gidae

며칠 전에는 주말에 한인 식당에 가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등 다른 음식들도 많은 푸드코트였는데 다른 음식들보다 $1가 저렴했고(혼자서만 밥을 먹을 때는 밥값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왜인지모를 괜한 애국심(?)에 짜장면 주문을 했는데 기다림 끝에 나온 짜장면은 기대 이하였다.


37년 인생 중 초등학생때부터 먹어왔다고 치면 적어도 몇 천그릇은 먹었을텐데, 그 중에서 최악이었다. 건더기는 부족했고 야채는 제대로 익지도 않았고, 고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도, 느낄수도 없었다. 짜장소스는 부족해서 잘 안비벼지는 느낌이었고 결정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낸 멸치국물로 요리를 한건지 비린내가 너무 많이 나는 실망스러운 짜장면이었다. 근데 외국에 있다보면 오히려 같은 한국사람들끼리 라는게 있는 건지 맛없어도 그냥 먹게되고 별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짜장면을 먹으면서도 맛있는 짜장면을 생각하면서 먹다보니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삶은 메추리알이 올라온 짜장면을 말하는 건 아니다. 물론 짜장이 묻어있는 메추리알을 먹는 건 별미이기도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아버지 가게 뒤에 주방이라고 부르기 민망할만한 프라스틱 의자에 어딘가에서 생긴 판자를 얻어 높낮이도 맞지 않는 식탁이 있는 공간이었다.


학교가 끝나거나 필요한 게 있어서 가게를 찾을때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짜장면 먹을래? 라며 묻곤했다. 그러면 나는 당연하게 냉장고에 붙어있는 짜장면 집 전화번호 몇개를 보고 전화를 걸어 익숙하게 짜장면을 시켰다. 짜장면을 기다리다보면 손님이 들어오면 아버지는 일을 하시고 나는 수천번은 돌아봤을 10평남짓 되는 가게를 돌면서 기다린다. 그렇지 않으면 둘이 앉아서 별 의미없는 일상대화를 나누곤 앉아있다.


짜장면의 맛은 어디를 시키나 비슷하게 맛있었다. $4,500원이나 $5,000원을 하던 짜장면은 분명 단가를 맞추려면 고급재료를 쓰지도 않았을텐데 항상 너무 맛있게 먹었었다.


그리고 새로 생긴 중국집에서 식당에 앉아 먹으면 $3,500원인 행사를 했던 때가 있는데(생각해보면 행사라고 했지만 고객을 끌기 위해서라고 했던거지 항상 같은 금액이었다.) 그럼 몇분을 걸어가서 바로 나오는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짜장면 말고도 음식에 대한 기억은 꺼내보다보면 참 많겠지만 문득 별 생각 없이 해왔던 일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이 된다. 꼭 좋은 곳을 가거나 먹었던 것들이 기억에 남는 건 아닌가보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와의 대화나 짜장면의 맛, 냄새는 많이 흐릿해졌지만 그 순간의 편안함이 기억이 난다.


지금은 가게는 없어졌고, 나도 멸치육수나는 짜장면을 $15이나 주고 사먹고 있지만 한국에 가면 아버지와 비싸고 좋은 음식도 좋겠지만 짜장면 한 그릇 먹어야겠다. 그리고 아직은 그렇게 그 자리에 계시는 아버지가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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