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였던 지난 일주일

Oct 2025

by Song Gidae

한국으로 일년정도 가자고 했던 계획이 프리다이빙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이집트 다합 한달을 먼저 살아보기로 되었다. 2013년도에 4개월정도 살았던 다합의 행복했던 기억을 늘 얘기 했었고 나중에 꼭 혜진을 데려가기로 했었지만 살다보니 그저 많은 계획중에 하나일 뿐인듯 느껴졌었다. 그러다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겠냐며 다합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문제는 언제가냐는 것이었다. 살던 집이 매매 완료가 될 때까지 약 한달반정도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계획에 없던 장모님과 혜진이 친척동생이 방문을 하게되었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짐정리부터, 애완동물 제제와 콩이를 맡기는 것 등등 모든 것들을 장모님 방문 뒤로 미뤘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새벽에 돌아가시곤 우리는 잠시 쉬었다가 패닉에 빠졌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거지.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하고 팔아야 될 물건들을 정리해보니 할 일이 산더미같았다.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어서 언제가 모든 게 완료가 될지가 관건이었다. 과연 적어도 집 매매 완료가 되기 전까지는 할 수 있을 것인가의 압박이 컸던 것 같다.


그 중에 가장 큰 것들로는,


1. 제제(개) - 27kg 래브라두들, 콩(고양이) 맡기기

2. 차 팔기

3. 다른 차 하나 1년 맡기기

4. 카라반 주차공간 찾기

5. 가구 정리


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제제와 콩이를 맡기는 게 제일 큰 일이었다. 원래 맡아주기로 했던 친구가 있었지만 다른 계획 때문에 안된다고 소식을 듣고는 동부쪽에(비행기 4시간, 차로는 47시간) 사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다행히 그 친구가 맡아줄 수 있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경으로 인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차는 혜진이가 쓸 차로 올해 2월에 신차를 구매했기 때문에 그 차는 팔지 않기로 하고, 대신 내 소중한 랜드크루저를 팔기로 했었지만 팔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고, 손해볼 수 없기 때문에 마켓에 올리기가 수월하지도 않았다.


금요일 새벽에 돌아가시고 회사 출근을 하고 주말을 보내며 몸은 좀 쉬자라며 누워있었지만 머릿속은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 과연 무엇을 먼저 해야하고 혹시라도 빠트리게 되는 게 있지는 않을까, 차라리 집을 가구와 함께 렌트로 주고 간다면 걱정할 일이 한참 적을텐데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하려고 하니 처분하면 손해라서 갖고있어햐 하는 물건이라던지 팔 수 있다면 좋을 가구라던지 고려할 부분이 많았다.


월요일이 되어 정신차리고 커뮤니티에 제제와 콩을 맡길 곳을 알아보고, 차를 맡길 곳을 알아보고, 팔려던 가구들을 카라반에 넣거나 파려고 마켓에 올리기를 시작하면서 일들이 하나씩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친구중 한 커플이 카라반을 맡아주기로 하고 집에 있는 창고에 남는 공간에 물건들을 넣을 수 있게 해 주었고, 콩이를 맡아줄 수 있는 분을 찾았다. 가구들을 싸게 올렸기 때문에 하루 이틀만에 물건들의 대부분을 팔았는데 이 때 침대와 냉장고까지 팔아버리는 바람에 그 후 며칠동안 고생을 조금 하게 되었지만 차라리 마음 편한게 좋다며 처분을 해버렸다.


또 한국인 한 분께서 저렴한 금액으로 차를 보관 해 주실 수 있게 되어서 두대 다 주차를 맡길 수 있었고 콩이를 맡아주시는 분께서 제제도 함께 맡아 주실 수 있다고 하셔서 제제도 맡겼다. 혹시나 모르는 상황을 위해 맡겨놓고 며칠을 지켜봤는데 우리가 돌아왔을 때 다시 오고싶어하지 않을 것 같이 돌봐주실 것 같고 제제와 콩이도 잘 적응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나중에 다시 데려올 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렇게 생각보다 빠르게 걱정했던 것들이 하나 하나 해결되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 둘의 추진력에 감동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조금 비싸지만 그나마 그 중에서 괜찮은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서 일요일 새벽에 퍼스를 떠났다.


앞에서 언급한 부분만이 아니라 보험이나, 은행업무등 혹여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봐 하루에도 몇번씩 공책에 적어놓은 해야할일들을 보면서 체크를 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대부분의 일처리들이 잘 정리가 되었다.


정말이지 이런 일을 한번 겪고 나면 그 때 당시에는 힘들고 귀찮지만 내 영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30시간이 넘는 비행이었지만 결국에 모든 것들은 지나가고 나는 지금 다합 바닷가앞에서 Turkish Coffee를 홀짝거리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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