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더 많은 상처를 받을까?

by 아남 카라

사랑은 행복과도 연결되어 있지만 상처와도 연결되어 있다. 사랑이 상처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조금 의외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자신이 받은 상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우리가 받는 상처의 대부분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풀기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다. 인간관계는 부부관계와 부자관계 등 가족관계를 시작으로 연인 관계, 친척 관계, 동창관계, 지인 관계, 동료 관계 등 다양하다. 그런데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부부, 자녀, 연인 등이 제일 힘들게 하고 감정 에너지도 제일 많이 소모된다.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도 많이 받는다는 관계의 역설이다.


우리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크게 상처를 받고 관계가 먼 사람에게는 그다지 상처받지 않는다. 이를 일반화해 보면 <관계의 거리, 상처의 크기>는 역상관 관계에 있다. 연인의 예를 들자면 사랑은 하나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진 두 사람의 관계다. 하나 되고자 하는 욕망은 관계의 거리를 0으로 만들면서 관계의 상처도 무한대로 증폭시킨다.


그런데 <관계의 거리, 상처의 크기>라는 관계의 역설 모형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 동양철학의 명상, 불교의 열반 등에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만약 이런 관계의 역설이 우주의 근본원리라면 인간관계에 대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힌트를 물리학이나 영성학에서 찾을 수도 있을 듯하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복잡한 이론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별도로 참조하기 바란다. 필요한 부분만 쉽게 설명하면 에너지의 크기가 크면 양자는 좁은 공간에 위치하고 에너지의 크기가 작으면 양자는 넓은 공간에 산재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양자의 거리, 에너지의 크기>라는 역상관 관계로 일반화 가능하다.


동양철학의 명상에는 정충 기장 신명의 원리가 있다. 이중 기장과 신명의 관계에 집중해 보자. 머리가 맑고 고요하면 마음 공간이 넓게 열린다는 말이다. 이는 사람이 화가 나서 머리에 열이 오르면 마음 공간이 좁아진다는 말과 같다. 이는 <입자의 거리, 에너지의 크기>라는 역상관 관계로 일반화할 수 있다.


불교에는 열반이라는 깨달음의 과정이 있다. 그런데 열반의 사전적 의미는 불이 꺼져 시원한 상태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머리에서 번뇌의 불이 꺼지고 시원해지면 마음 공간이 넓어지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말한다. 열반도 명상과 마찬가지로 <입자의 거리, 에너지의 크기>는 역상관 관계이다.


불확정성원리, 명상, 열반의 <입자(양자)의 거리, 에너지의 크기>의 역상관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도 <관계의 거리, 에너지의 크기>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즉 관계의 거리가 가까우면 관계 내에 높은 에너지가 존재한다.


관계 내에 존재하는 높은 에너지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열정과 환희이고 부정적인 관점에서 갈등이다. 이제 사랑이 긍정적인 열정이 주는 행복과 부정적인 갈등이 주는 상처와 동시에 연결되어 있는 이유를 확인해 본 것 같다.


이제 인간관계도 거리가 가까우면 높은 에너지를 가진다는 자연의 질서 중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간관계에서 높은 에너지는 열정과 갈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갈등이 만들어 내는 상처가 두려워 관계의 거리를 두면 열정이 만들어내는 행복도 동시에 사라진다. 긍정적인 열정은 수용하고 부정적인 갈등은 없애고 싶은데 열정과 갈등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으니 진퇴양난이다.


하나의 생각이 스친다. 지금까지 알게 된 관계의 거리와 갈등(상처)의 크기를 모델로 관계의 갈등을 알아차림과 받아들임 과정에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이 생기면 마음속에 누구의 문제인지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한다. 물론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문제를 잔뜩 나열해서 상대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열정이 생겨나니 동시에 혹 같이 갈등이 따라온 것이다.


이런 관계의 역설을 우리의 사랑하는 관계와 친근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알아차림과 받아들임으로 활용한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현명하게 풀 수 있을 듯하다. 한번 일상의 삶에 적용해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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