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회 시스템의 자기 착취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by 아남 카라


동물의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문명사회에 적응한다. 조선시대에 태어난 아이와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사회화 과정은 전혀 다르다. 성리학이 중심사회의 백성과 자본주의 사회의 시민은 전혀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다.


한 사회 속에 살다 보면 당시 사회의 도덕과 규범을 진리라고 생각하면서 살게 된다. 사회화 과정을 통해 당시의 지배적인 도덕과 규범을 내면화 한 까닭이다.


인류는 문명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존의 혈연과 지연 중심의 부족국가를 벗어나 왕국이나 제국으로 발전해 나간다. 다양한 혈연과 지연 중심의 부족국가를 하나로 묶어 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지배원리가 필요했다.


탄생신화를 통해 왕은 신의 아들로 둔갑했고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된다. 왕국 운영에 필요한 법률과 제도는 정비되었고 왕국의 지배원리는 교육기관을 통해 백성에게 전파된다. 왕국 이후에 출현하는 제국은 기독교 등 특정 종교가 제국의 백성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담당한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구성원을 왕국 운영에 적합한 단일한 색깔로 바꾸어 가는 것이 사회화 과정이다. 개인의 색깔 역시 억제되거나 장려된다. 이런 사회화 과정이 있었기에 인간은 원시상태에서 벗어나 문명화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사회화 과정의 심한 부작용으로 개인의 정체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신경증, 우울증, 자율신경기능이상, 공황장애 등 만연하는 정신질환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나를 지켜야 하는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근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정신질환은 자기 처벌에 기반한다. 사회의 도덕과 규범, 종교의 교리가 내면화되어 초자아가 형성되었고 초자아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감시하고 처벌했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근대는 지배와 피지배의 논리가 완성된 시점이다.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을 죄책감과 수치심을 통해 통제했고 피지배계급은 지배계급이 만든 제도와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살아왔다. 헤겔의 '주인과 노예' 개념은 근대의 지배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노예는 주인이 시킨 일만 잘하면 된다. 더 이상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됐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자기 처벌 이외에 자기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에게 착취 개념은 주인과 타인이 하는 것이지 스스로 착취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기 착취는 자본주의 성공신화와 맞물려 폭주를 하고 있다. 자기 착취는 소진 등 번아웃을 가져온다.


한국인은 유교와 기독교의 부작용인 수치심과 죄책감이 만들어내는 자기 처벌과 자본주의의 성공신화란 자기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자기 처벌은 신경증을 유발하고 자기 착취는 우울증을 만들어 낸다. 이런 정신질환은 한국인의 자살률이 높이고 행복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자기 경영과 더불어 자본주의가 주목한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다. 여성들은 자기 성취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기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젊은 여성들이 자기 착취로 우울증을 겪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눈을 돌리고 있는 분야가 은퇴 노인의 활용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부족한 노동력을 은퇴 노인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진행 중이다. 정년 연장과 국민연금 수급시기 연장을 통해 고령층을 경제활동 인구로 유지하고자 한다.


개인에게 어떤 선택이 있을까? 추가적인 경제활동 참여를 통해 자아 성취가 이루어지는지를 자기 자신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자아성취가 사회가 조성하는 분위기로 만들어진 것이고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자아 성취는 자기 착취로 이어진다. 그래서 내면에서 확인된 자아 성취로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 내면의 자아 성취가 길을 잃으면 바로 멈추면 된다. 자기경영,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은퇴 노인의 경제활동 유지 등이 시대의 뉴노멀임은 인정하자.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뉴노멀의 빛은 취해야 하지만 그림자에 대해서는 자기 결단이 필요하다.


모든 사회 시스템은 빛과 그림자를 가진다. 빛은 취하고 그림자는 경계해야 한다. 사회시스템의 그림자인 자기 처벌과 자기 착취를 분명히 인식하면서 생산성 향상이라는 빛을 적절히 수용하는 것이 사회시스템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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