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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남 카라 Nov 08. 2024

7.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나 축제화된 명절 문화 만들기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명절증후군이 있다. 명절증후군은 추석과 설 등의 명절에 겪는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육체적, 정신적 아픔을 호소하는 현상이다.  머리와 가슴이 짓눌리고 답답하며 소화 불량이 오거나 불안과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이런 명절증후군은 명절에 시댁에 가서 가사노동을 전담해야 하는 며느리들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적은 않은 수의 남편들도 명절증후군을 앓는다. 명절증후군을 앓고 있는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와의 갈등이나 혼자서만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주요 원인이라면, 남편들은 불평하는 부인과 어머니 심기의 불편한 관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증이 원인이다.


  명절증후군이 특정 사람들의 문제라기엔 한국사회에  광범위에게 퍼져있는 듯하다. 이렇게 사회현상이 돼버린 명절증후군을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명절증후군의 원인인 왜곡된 제사문화와 형식화된 명절문화를 살펴보겠다. 그리고 명절증후군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성리학을 국가 통치 이념으로 삼은 조선에서 제사문화는 부모와 조상에 대한 '효'를 기반으로 국가와 왕에게 '충'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만백성의 아버지가 왕이란 충의 원리는 모든 가정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조상에게 정성스러운 제사를 모실 때 완성된다. 조상을 극진히 모시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가 만백성의 아버지인 왕에게 반역이나 불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선의 제사문화는 왕족과 사대부는 4대 조상을 성대하게 모셨고 일반 백성은 부모만 단출하게 모셨다. 이런 제사문화가 왜곡되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 재산을 축적한 중인들이 양반첩을 사들이면 서다. 양반첩을 사들인 중인들은 자신들이 진짜 양반임을 과시하기 위해 성대한 제사를 모셨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면서 4대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것이 양반 집안이란 상징이 되었다. 중인에 이어 일반 백성들도 자신의 뿌리가 양반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4대의 조상 제사를 모셨다. 이러한 조선 후기 가문의 신분을 증명하는 왜곡된 제사문화는 여과 없이 한국사회로 이어져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선조들의 명절문화는 조상을 모시는 제사 이외에도 축제의 장으로써의 명절문화가 구현되었다. 추석과 설 명절에 동네 부농들은 소작농들에게 조상에게 제사 지낼 수 있도록 쌀과 고기 등을 별도로 지급해 주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입장에서 먹거리 걱정에서 한시름 놓을 수 있는 명절은 기쁜 날이었다.     


  조상 제사를 주관하는 종갓집에서는 제사 음식을 풍성히 준비해서 제사 일을 도와주는 친척 아낙들에게 따로 나누어 주었다. 아낙들은 가족들에게 떡과 고기를 먹일 수 있다는 기쁨에 종갓집 제사 일을 도와주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아이들도 명절을 기다렸다. 부모가 새 옷과 신발을 사주고 명절에는 쌀밥과 고깃국도 먹을 수 있어서다. 또한 설 명절에는 부모와 친지 마을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면 세뱃돈도 받을 수 있어서 기뻤다. 이렇게 선조들 명절은 가족 모두가 기다리는 기쁜 축제의 장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그런 축제화된 명절의 의미는 사라지고 형식적인 격식만 남아있는 명절로 변해 버렸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명절을 기다리고 기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런데도 시지프스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의 형벌처럼 명절을 보내고 있다. 왜곡된 제사문화와 축제의 의미가 사리지고 형식화된 명절문화를 현명하게 개선할 방법을 찾아서 시지프스의 형벌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한다.


  먼저 얼굴도 모르는 조상의 제사는 줄이고 부모님 제사만 간소하게 모시면 좋을 듯하다. 최근 성균관에서 제시한 간소화된 제사상차림에 따르고 남은 시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근교에 나가 가족 간에 웃음꽃이 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또한 명절을 축제의 장으로 되살려보자. 명절을 시부모, 며느리, 남편, 자녀들 모두가 기다리고 기뻐하는 집안 축제의 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명절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날만은 각자가 받고 싶은 기쁨의 선물을 주는 것이다.


    축제화된 명절은 가족마다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인에게는 일체의 명절 준비에서 손을 떼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자유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남편에게는 평소에 노래 불렀던 고급 오디오를 선물하고 시어머니께는 시누이들과 같이 다녀올 온천여행 티켓을 선물하는 방식이다. 자녀에게는 명절 때 두 달 치 용돈에 해당하는 돈을 선물로 주면 좋아할 듯하다.


  이제 현명한 부부들은 왜곡된 제사 문화와 형식화된 명절 문화가 만들어낸 명절 갈등과 명절증후군에서 탈피해 조상을 기리면서도 가족 모두가 기쁘고 행복한 명절 축제의 장을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가장의 이런 결단은 후손들에게 축제의 명절을 물려줄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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