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남 카라 Nov 12. 2024

8. 유나는 원더 웍스 중

  요즘 유나는 원더 윅스다. 그것도 슈퍼 원더 윅스 기간이다. 원더 윅스는 아기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는 시기로 평소보다 더 많이 울고 보채면서 부모를 힘들게 하는 시기다. 태아 때와는 다른 낯선 환경과 빠른 성장과정으로 아기가 두려움과 혼란을 느끼게 되면서 나타나는 원더 윅스는 생후 4~5주에 시작해 생후 20개월간 10번 정도 찾아온다. 그중 4~5개월경에 오는 원더 윅스는 이 앓이 통증 시기와 겹치면서 슈퍼 원더 윅스 기간을 맞는다.


  생후 5개월 된 유나는 평소와 다르게 칭얼거렸고 울어대면서 계속 안아달라고 보챈다. 이앓이 때문인지 유나는 잘 시간에 푹 자지 못하고 계속 깨면서 칭얼대고 심하게 울어댄다. 전에 악을 쓰며 울 때는 배고플 때 외에는 없었는데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댄다. 울면서 계속 안아달라고 보챈다.  


  10Kg에 육박하는 유나를 계속 안고 있는 것은 할배도 힘이 든다. 관절염이 있는 할매가 유나 안아주는 것을 가장 먼저 손을 들었고 딸도 목욕할 때나 안아줄 때 손목이 아프다면서 유나 몸무게를 점차 힘겨워한다. 그래도 상태가 좋은 할배가 울고불고 난리인 유나를 안아서 어르고 달래고 있다.      


  요즘 유나는 침을 흘리면서 뭐든지 입으로 가져간다. 얼굴을 만지고 있으면 할배 손을 유나 입으로 가져가서 잇몸으로 무는데 잇몸에서 이빨이 나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징징대는 유나를 안아주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입을 벌리고 자꾸 어깨를 물려고 한다. 이가 나면서 가렵고 아픈 느낌을 줄이려고 손가락, 장난감 등 닥치는 대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유나가 원더 윅스인지 모르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나가 징징대고 울어대면 루틴처럼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 먹을 시간이나 잠잘 시간인지 체크해서 분유를 먹이고 잠도 재웠었다. 그래도 울어대면 혹시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서 열이 나는지 체크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유나에게 그런 루틴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분유를 배불리 먹으면 방긋방긋 웃어야 하는데 분유를 먹고서도 짜증을 낸다. 졸려서 눈을 비비면 바로 잠들었는데 요즘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기함을 지르며 울어댄다.


  유나가 이렇게 보챌 때는 인내심이 많은 할배도 은근 짜증이 몰려온다. '유나야!! 뭐 어쩌라는 거야'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유나를 빨리 재우고 글도 쓰고 해야 할 집안일도 많은데 자지도 않고 계속 10분 단위로 깨서 울어대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할 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남아있으면 계속 짜증이 날 것 같아서 뒤로 미루고서야 할배는 우는 유나에 집중하면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유나가 이앓이를 하고 원더 윅스 기간이란 것을 알고 나서는 보채는 유나를 보는 게 힘은 들어도 짜증은 나지 않는다. 말도 못 하는 이 작은 녀석이 얼마나 아프고 힘이 들면 이렇게 보채고 울어댈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앞선다. 빨리 이앓이도 끝나고 원더 윅스 기간도 끝나기를 염원하면서 우는 유나를 안고 거실과 방을 하염없이 왔다 갔다 한다.    


  원더 윅스 기간에 유나와 실랑이를 하다 보면 육아에 대해 새삼 또 다른 생각이 들어온다. 딸을 낳고 6개월 때 할매는 한동안 우울했다.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끝없이 울어대고 징징대는 딸을 혼자 키우면서 할매는 산후 우울증을 앓았던 것 같다. 그때는 할매의 우울하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다. 할배도 낮에는 회사 다니면서 저녁에 대학원에 다닌다고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딸 육아를 도왔었다. 그런데 육아의 주체가 되는 것과 잠시 도와주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요즘 유나 육아는 딸 육아 때와는 상황이 역전됐다. 할매는 느지막이 민화 대학원에 입학해서 아침 일찍 학교로 가서 저녁 늦게 집에 온다. 학교에 다니는데 유나를 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기저기 아파서 유나 육아에는 한 마디로 깔짝깔짝 도움을 준다. 유나 육아를 딸과 할배가 분담해서 하고 있는데 원더 윅스 기간에는 딸도 할배도 힘에 부친다.


  딸도 사위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자 유나를 혼자 감당할 생각에 걱정하면서 우울감이 찾아왔던 것 같다. 우울해하는 딸을 보면서 할배가 적극적으로 유나 육아 전선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과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앞으로 길어야 일 년이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을 잠시 늦추고 유나의 육아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가장 값지고 의미 있게 일 년을 보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 유나 육아에 할배가 적극 도와주겠다고 말하면서 '우리 유나와 같이 가장 행복한 일 년의 추억을 만들어 보자'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딸은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는 유나 없는 자유시간을 가진다. 이날은 유나를 할배와 할매가 전적으로 보고 딸은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과 즐겁게 보낸다. 토요일은 딸에게 유나의 육아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내적 공간을 만드는 시간일 것이다. 딸이 친구들과 생일에 2박 3일 일본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유나를 봐주겠다고 했다. 할배는 가족 모두가 합심해서 유나도 잘 돌보면서 누구 하나 육아에 지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잘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전 07화 7. 유나를 통해 성숙해 나갈 유나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