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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남 카라 Nov 19. 2024

9. 귀여워도 너무 귀여운 유나!!

  유나는 아빠를 아주 많이 닮았다. 유나 아빠의 옛날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면 정말 판박이다. 유나를 데리고 외출이나 산책을 하다 보면 아빠를 꼭 닮은 유나를 젊은 여성들은 귀엽다고 한다. 그런데 에둘러 말하지 않는 할머니들은 "대장부처럼 생겼네", "딸이 맞는 거죠" 등등 딸이 조금 서운할 것 같은 말을 한다. 그럴 때면 할배가 딸에게 "아빠 닮은 우리 딸도 어릴 때 귀엽다는 말만 들었지"라고 말해주곤 한다. 아무리 예쁜 여자애 옷을 입혀서 외출을 해도 사람들이 귀엽다고만 해서 할매가 속이 상했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아빠 닮은 귀여운 또는 대장부같이 생긴 딸들을 둔 부모들을 위해서 "딸은 아빠 닮아야 잘 산다"라는 위로의 말이 생긴 것 같다. 딸을 낳은 부모 입장에서 예쁘고 정말 공주 같은 딸을 기대했는데 사내대장부같이 생긴 딸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이런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잘 산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듯하다.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 수준의 이야기다. 


  우리 딸도 어릴 때 예쁘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은 적 없고 항상 귀엽다는 말만 들었다. 예쁘지 않은 아이에게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귀엽다는 말이다. 매번 귀엽다는 말을 들으니 우리 부부도 정말 귀여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딸은 어릴 때 남자애들처럼 너무 짓궂게 놀아서 작은할아버지가 붙여준 별명이 불가사리였다. 그런데 이렇게 사내아이 같은 딸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이 여자로 변해가고 제법 예뻐지는 걸 보면 어릴 때 얼굴이 계속 가는 건 아닌가 보다. 


  그런데 유나는 딸의 귀여움과 비교되지 않게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요즘은 사라졌지만 예전에 우량아 콘테스트가 있었으면 남자아이 부분 입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하체가 튼실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발차기 실력을 보인다. 울며 떼쓸 때 발로 한번 차이면 엄청나다. 어느 날 딸이 유나를 보면서 "유나가 미쉐린 타이어 마스코트 같지 않아요"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해맑은 표정, 오동통 하다못해 터질 것 같이 늘어진 볼살,  팔에 소시지처럼 울퉁불퉁하게 접혀있는 네개의 살집, 튼실한 하체 근육 등이 정말 미쉐린 타이어 마스코트를 연상케 했다. 그 후로 할배는 유나를 목욕시킬 때마다 미쉐린 마스코트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유나는 살이 포동 포동 하게 올라서 팔목과 발목이 파묻혀 있고 팔과 다리는 미쉐린 마스코트처럼 여러 개의 살이 접혀있어서 목욕할 때 딸이 접힌 부위를 꼼꼼하게 닦아준다. 


  이런 유나는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유나를 한번 보면 유나의 귀여운 매력에 빠져든다. 그래서 유나는 인기가 많다. 딸의 친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유나를 보기 위해 집에 놀러 온다. 물론 딸을 보겠다고 오는 것이지만 가만 보면 유나를 보러 오는 것 같다. 이렇게 귀여운 유나가 딸 친구들을 향해 그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어주면 딸 친구들은 뒤로 넘어간다. 딸의 친구들은 딸이 결혼했을 때는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니 요즘은 유나 같은 딸을 갖고 싶다고 한단다.


  한 번은 딸이 호텔 라운지에서 산후조리원 동기(조동)를 만났는데 호텔 종업원들이 유나 귀엽다고 서로 안아주고 놀아주고 했단다. 유나도 이모들과 방긋방긋 웃으면서 즐겁게 보내고 왔다고 했다. 유나가 연예인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집에서는 막 보채고 짜증도 내고하는데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짜증도 안 내고 방긋방긋 즐겁게 잘 지낸다. 이렇게 팬 서비스를 잘하니 카페를 가도 브런치 가게를 가도 많은 사람들이 유나 귀엽다고 안아주고 유나도 자신의 귀여움을 잘 아는지 팬 관리를 나름 잘하는 것 같다. 


  조동 모임에서도 유나는 단연 군계일학이다. 일단 덩치 면에서 다른 아이들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 옆에서 같이 사진을 찍으면 덩치가 1.5배는 되는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이 아직 목도 못 가누고 순하고 가만히 있는 것에 비해 유나는 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손을 내저으면서 다른 아이들을 만져보려고 하거나 호기심을 보인다. 그냥 놔뒀다가 강한 손힘으로 다른 아이들을 밀칠까 봐 딸은 항상 조심한다. 


  이제 딸은 사람들이 유나에게 귀엽다고 하는 말이 싫지 않은 눈치다. 우리 부부는 사람들이 딸이 이쁘지 않은데 할 말이 없어서 귀엽다고 한다는 생각에 귀엽다는 말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예쁜 여자애 옷을 입히고 외출을 해도 사람들이 이쁘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건장하게 생겼다는 둥 귀엽다는 둥의 말을 하니 엄마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그런데 유나는 예쁘지 않아 귀엽다고 하는 게 아니라 할배가 봐도 정말 귀엽다.


  유나에게 묘한 매력이 있다. 순한 얼굴과 인상, 또랑또랑한 눈빛, 방긋방긋 웃는 해맑은 웃음, 빵빵하게 늘어진 볼살, 오동통 미쉐린 몸매 등이 모여서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얼핏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유나와 조금만 같이 있어보면 이런 귀여운 유나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유나가 나이 들어 자신이 할배와 같이 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몹시 궁금할 것 같아서 유나의 모습과 매력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해 보았다. 암튼 유나는 우리 동네 귀염둥이 인기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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