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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남 카라 Nov 22. 2024

9. 자녀교육에서 성과관리와 마음관리의 조화 찾기

  자녀교육에 대한 관점 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배우자의 다른 성향에 매력을 느껴 결혼에 골인했기에 자녀교육에도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관점 차이는 자녀가 어릴 때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자녀교육에 대한 방향 차이로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많다. 심지어 자녀교육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부부갈등으로 번져가곤 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교육의 갈등은 성과가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과 마음 관리가 우선이라는 관점이 충돌하면서 발생한다. 이런 갈등은 나의 관점이 옳고 상대의 관점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자신의 문제로 갈등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녀들은 자신이 문제의 근원인가를 자책하면서 불안해한다. 사실 자녀교육에서 성과관리도 마음관리도 모두 중요한 요소다.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잘 조화시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부부갈등도 자녀의 불안도 최소화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부부가 자녀교육에서 성과관리와 마음관리가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시점과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성과관리가 어떤 때는 마음관리로 분별하여 채택해 보면 좋을 듯하다. 또한 부부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성과관리 담당, 마음관리 담당으로 역할도 분담을 해보자. 


  평소에는 성과관리와 마음관리의 비율을 50:50으로 유지하되 비율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부부가 서로 협의를 해서 비율을 조정하면 좋을 듯하다. 중요 시험이 있을 때는 70% 정도를 성과관리에 배정하고 성과관리 담당이 주도적으로 자녀를 리딩해 주면 좋다. 마음관리 담당은 30% 수준으로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생긴 지친 마음을 풀어준다. 시험이 끝났거나 방학 등 여유가 있을 때는 성과관리와 마음 관리의 비율을 30:70으로 재조정한다. 


  이런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신념은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어서 신념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순간  정체성도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신념의 문제는 양보하기가 어렵다. 빵은 나눌 수 있지만 신념은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자녀의 교육문제가 신념의 문제로 발전하면 부부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들불처럼 번져간다. 자신의 교육방식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면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과를 강조하는 배우자는 사회에서 검증된 성공 방정식에 따른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 미래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직장과 전문직 직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의 현실에서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만 성과에 너무 집착하면서 자녀의 타고난 역량, 자녀의 회복탄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면 성과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 


  성과에 함몰된 자녀가 우울증, 강박증 등 마음의 병을 얻게 되면 자녀의 성과는 물론 행복한 삶도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성과에 대한 압력이 팽배한 대치동 등에서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나의 자녀에게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마음의 병은 한번 생기면 평생을 상처를 안고 힘들게 살아갈 수 있다. 자녀가 인생 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낙오하면, 부모의 삶도 온통 회색빛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을 강조하는 배우자는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래의 다섯 개 마시멜로를 위해 현재의 한 개 마실 멜로를 먹는 것을 참는 것보다 지금 당장 한 개의 마시멜로 먹는 것을 선호한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부모들은 자녀에게 방향성, 동기부여, 미래비전 등이 제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자녀에게 필요한 역량에 맞는 적절한 자극, 성과에 대한 비전 등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큰 틀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성과 관련해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그때 내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내가 조금만 방향 제시를 잘하고 동기부여를 했더라면 우리 자식들이 지금보다 나은 사회적 성취와 경제적 안정을 이루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할 수 있다. 


  자녀교육의 관점을 조율 가능한 신념의 문제로 다루어 보면 어떨까? 신념의 문제로 격한 논쟁을 벌였던 역사적 사건을 살펴보고 역사적 교훈을 통해 신념 문제를 현명하게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병자호란 당시 김상헌과 최명길은 대의라는 신념과 백성이란 신념을 가지고  유명한 '척화-주화' 논쟁을 벌이다. 


  김상헌은 "죽으면 죽었지 오랑캐인 청의 속국이 될 수 없다"라는 대의를 앞에 내세워 끝까지 항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헌 눈에는 화친을 주장하는 대신들이 나라를 오랑캐에게 팔아먹는 만고의 역적인 것이다. 반면 최명길은 "산성 안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화친만이 백성을 살리고, 차후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다"라면서 화친을 주장한다. 최명길에게는 국가의 근원은 백성이었던 것이다. 백성을 살리고 후사를 도모할 수 있다면,  후세에 자신이 만고의 역적으로 몰리는 것도 감수할 생각을 한다. 


   김상헌-최명길 논쟁은 다양한 역사적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얻은 교훈은 김상헌의 대의도 옳고 최명길의 백성도 옳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 국가를 끔찍이도 사랑한 충신들이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의 신념을 인정했다면 두 충신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최적 안을 인조에게 제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충신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상헌의 눈에 최명길은 역적이었고 최명길의 눈에 김상헌은 용맹하기만 한 미숙한 장수였던 것이다.   


  김상헌과 최명길이 국가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달랐던 것처럼 부부도 자녀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듯하다. 성과를 챙기는 배우자는 자녀의 미래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성과물에 집중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난과 힘듦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마음을 챙기는 배우자는 현재가 행복하지 않은데 미래의 행복과 사회적 성과물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연하게, 미래의 행복과 현재의 행복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만들어 낸다. 


  사랑하는 자녀의 미래 행복도 현재 행복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배우자의 신념을 존중해 주자. 자녀교육에 대한 배우자의 신념을 상호 존중하면 절충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만들어진다. 여유 공간 안에 시점, 상황, 자녀의 상태라는 변수를 감안하면서 탄력적으로 성과관리와 마음관리를 조율해 보자. 부부의 합의를 거친 자녀교육은 성과와 마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자녀는 성과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관점-신념-정체성'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자녀교육의 갈등을 조율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녀교육은 자녀가 무대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명심하자. 부모는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다. 조연의 다른 신념으로 인해 주인공의 인생 마라톤에 문제가 생기게 하면 안 된다. 자신의 삶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주인공처럼 살면 된다. 자녀의 삶에서조차 주인공이 되려고 하지 말고 자녀에게 주연 자리를 넘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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