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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코난 다시보기

by 최성락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와 여행을 갔다. 저녁밥을 먹고 좀 놀았지만 아직 잘 시간은 아닌 시간. 이 시간이 제일 애매하다. 평소 아이에게 일부러 유튜브나 TV를 보게 하지는 않지만, 이 시간은 유튜브, TV가 아니면 시간 보내기가 어렵다. TV를 켜서 아이들 채널들을 돌려본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들을 하고 있다. 헬로 카봇, 라바, 뚜식이 등등의 프로들이 나온다. 그렇게 어린이 채널을 돌려보는데, 그 중 한 채널에서 익숙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어. 이게 뭐야 미래소년 코난 아냐?’


깜짝 놀랬다. 미래소년 코난을 요즘도 하고 있었나? 미래소년 코난은 내가 어렸을 적에 가장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다. 코난, 라나, 포비, 몬스키, 다이스, 라오박사, 인더스트리아, 하이하바는 아직도 그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아니, 미래소년 코난을 좋아한 건 나만은 아니다. 내 또래 애들은 다 미래소년 코난을 좋아했다. 발가락으로 몇 십 킬로를 들 수 있는 괴력 등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런 장면들조차 뭐 저런 억지가 있느냐고 뭐라 하기 보다는 그 상상할 수 없었던 엉뚱한 표현에 오히려 웃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미래소년 코난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재미있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었다 해도 미래소년 코난은 나온 지 이미 30년이 넘은 애니메이션이다. 찾아보니 처음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은 1978년이다. 올해가 2024년이니 46년 전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된 게 지금 아이들 채널에서도 방영되고 있다고?


아이들 교육 만화라면 그럴 수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심성을 심어주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룬 애니라면 몇 십 년 동안 방영될 수 있다. 빨간머리 앤 등의 애니는 그런 목적으로 계속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소년 코난은 그런 내용이 아니지 않나. SF 만화이고, 코믹 만화이다. 이런 건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통하지만, 세대가 달라지면 인기가 떨어진다. 옛날에 인기 있었던 마징가 Z, 짱가, 그랜다이저 등이 요즘도 방영이 되나? 이런 건 시대가 바뀌면 인기를 얻기 힘들다. 우선 거기 나오는 로봇 등의 디자인이 촌스럽고, 내용도 유치하다. 그런데 미래소년 코난을 지금 아이들 채널에서 하고 있다고? 추억의 애니, 추억의 명작 코너였다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런 것도 아니다. 요즘 애들이 이렇게 오래된걸 보나. 의문을 품고 미래소년 코난에 채널을 잠시 멈추었다.


내용을 보니 금방 어느 부분인지 알겠다. 코난, 포비, 다이스가 거대한 기간토 비행선에 올라가 있다. 라나, 라오박사 등은 인더스트리아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건 거의 끝나갈 때이다. 확인해보니 25화이다. 총 26화이니, 마지막 전편을 하고 있는 거였다.


추억에 잠겨 조금 보았다. 지금 이 채널을 튼 건 조카가 볼 채널을 찾기 위해서였다. 유치원 조카가 지금 이걸 볼 리는 없다. 설사 미래소년 코난을 좋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데 바로 현재 부분을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채널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이고 추억의 장면들이니 잠깐만 보고자 했다.


그런데 잠깐 보는 건데 재미있다. 두 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주 옛날 애니메이션 등을 볼 때 나오는 어이없는 웃음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어서 나오는 웃음이다. 요즘 TV, 방송을 보면서 웃기는 정말 힘든데, 40년 전 미래소년 코난을 보면서 웃고 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거, 봐야겠다.


조카에게는 유튜브를 틀어주고, 나는 TV 앞에 앉아 미래소년 코난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25편 인더스트리아의 최후 편이 끝나고, 이어서 마지막 26편이 이어서 방영되었다. 마지막 편을 보면서도 몇 번을 웃었다.

그렇게 미래소년코난을 40분 넘게 보고 난 후 확실히 느낀다. 미래소년 코난은 명작이다. 애니메이션의 고전명작이 될 것이다.


내가 명작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은 시간이 지나서 봐도 계속 좋은지 여부이다. 이건 만화 ‘맛의 달인’에서 배운 개념이다. 한때 유명했던 음식들이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유행했던 음식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음식 중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자식 세대가 되고 손자 세대가 되면 그중 많은 음식이 사라지고 또 새로운 음식이 나타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음식이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자식, 아들, 손자가 모두 먹는 음식이 있다. 세대가 바뀌어도 상관없이 계속 소비되는 음식이다. 이게 진짜다. 유행을 타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성에 맞는 거다. 이런게 명품이다.


과거에 유명했던 책, 영화 등을 본다. 과거에 굉장히 히트치고 유명한 작품이지만, 지금 보면 별 감흥이 없는 것들이 많다. 한국에서 과거 대히트를 치고 시대를 바꾼 작품이라고 일컬어지던 베스트셀러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자유부인, 인간시장, 단 등이 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을 지금 보면 어떨까? 지금 사람들도 그걸 읽고 재미있어할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할까? 나도 그 당시에는 인간시장, 단 등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보면 굉장히 유치하다. 어떻게 그때 이걸 보며 재미있어했는지 모르겠다.


과거에 굉장히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 추억의 DVD로 새로 나오면 구해서 보곤 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면 대부분 유치하다. 어려서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구성도 엉망이고 스토리도 단순하다. 과거에 명작으로 불리고, 히트를 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데도 그렇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영웅본색은 이전 세대들에게는 엄청난 명작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도 영웅본색을 보고 훌륭하다고 느낄까? 아닐 것 같다. 영웅본색은 그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명작이지만, 다른 세대 사람들에게까지 명작으로 인정 받지는 못한다. 이런건 진짜 명작은 아니다.


그런데 세대를 달리해도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다. 굉장히 드물긴 한데, 그래도 그런 작품들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디즈니의 작품들, 그리고 지브리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디즈니 피노키오는 지금 봐도 재미있다. 1940년대에 나온 애니메이션이라 무려 80년 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재미있다.


지브리의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의 토토로 등은 아직까지도 계속 팔리고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는 여전히 읽고 감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삼국지, 수호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세대를 뛰어넘는 책이다. 이렇게 세대를 넘어서서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는 게 명작이다. 명작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나의 기준은 그렇다.


나는 미래소년 코난을 좋아했다. 나 자신에게 미래소년 코난은 최고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게 명작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그때 볼때는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나이들어서 봐도 재미있을까? 그리고 우리 세대에게는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다른 세대 애들도 좋아할까? 그런데 지금, 몇 십 년이 지나 지금 다시 보는데도 웃으며 보고 있는 자 자신을 보니, 또 여전히 아이들 애니로 재방영되는 걸 보니, 이건 명작으로 인정될 수 있는 작품이다.


미래소년 코난을 찾아서 1회부터 제대로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찾아보니 OTT 서비스 중에 미래소년 코난이 있는 서비스가 있다. 1회부터 보기 시작한다. 몇 십 년 만에 다시 보는 미래소년 코난이다. 호텔에서 25화, 26화만 보았는데도 그 사이 몇 번을 웃었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요즘, 미래소년 코난은 많은 웃음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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