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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Apr 28. 2022

제로섬 사회에서의 재분배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경제학의 패러독스 3 

 제로섬 사회를 상정하고 재분배 정책,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자.  제로섬 사회라서 현재 사회적 총합이 1,000 이라고 하고 전체 구성원이 5명이라고 할 때, 근로자-노동자는 4명으로 각각 150씩의 소득을 얻고 있다. 자본가-사업가는 1명이고 400의 소득을 얻고 있다고 하자. 사업가는 근로자에 비해 2.7배 정도의 소득을 얻고 있다. 그만큼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이때 정부가 부자의 소득을 거두어들여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총 소득이 1000이니, 이걸 평등하게 5명에게 200씩 나누어준다. 부자는 200의 소득을 빼앗기고, 근로자들은 50씩의 소득을 얻는다. 부자 1명의 소득은 감소되었지만,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소득은 30% 이상 늘어난다. 가난한 사람이 없어지고, 사회 전체적으로 빈부 격차도 사라진다. 재분배 정책, 부자로부터 가난한 사람으로 소득을 이전시키면 이런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되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실제 이런 재분배 정책을 시행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부자, 사업가는 그동안 400의 소득을 얻기 위해서 사업체를 만들고 회사 경영을 하고 투자를 했다. 그런데 이제 400의 소득을 얻는건 불가능하고 200의 소득만 얻을 수 있다. 200의 소득은 일반 근로자도 얻는다. 즉 사업을 해도 안해도 소득이 똑같다. 그러면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정부가 아예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산주의만큼은 아니더라도 강력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사업가 스스로가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으려 한다. 


 사업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사회적 총합이 1000이 유지될 수 없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이 1000이라는 총소득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총소득 자체가 감소하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부자, 사업가의 초과 소득 대부분을 정부가 가져가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는다.


 사업가가 사업을 하지 않으니 사업가 소득 400은 없어진다. 그리고 이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소득 150도 없어진다. 사회 총소득이 1000에서 450으로 감소한다. 그리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90씩 나누어갖는다. 빈부 격차가 존재하지 않고 모두가 비슷한 소득을 얻는다. 문제는 절대 소득의 크기이다. 이전에 근로자는 150의 소득을 얻었다. 제일 가난한 사람도 150의 생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부자의 재산을 모두 빼앗아 나누어주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90으로 하락한다. 더 잘살게 된게 아니라 더 못살게 된다. 빈부격차가 없어진건 맞는데 모두가 다 가난한 사회가 되어버린다.


 이것이 공산주의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과거 소련, 중국, 북한은 빈부격차 없이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잘살게 되기를 바라고 공산주의를 도입했는데, 국민들이 모두 전보다 더 못살게 되었다.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이 개방을 해서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게 된건 국민들이 이전보다 더 못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계속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북한이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남아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꼭 공산주의는 아니더라도, 강력한 사회주의 이상을 추구했던 국가들이 신자유주의를 따르게 되고 소위 세계화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훨씬 더 많이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좋은 정책을 실시했는데,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못살게 된다. 


 칼 마르크스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오직 근로자들이라고 보았다. 칼 마르크스 시대는 노동가치설이 지배했다. 농장이나 공장에서 직접 일을 하는 것이 가치를 만들어낸다. 자본가, 사업가는 사무실에 앉아서 빈둥거리고 놀러다닐 뿐이고 직접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자본가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근로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아가는 기생충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니 자본가의 돈을 빼앗아서 근로자들에게 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이다. 자본가의 소득을 모두 빼앗아도 사회 총 소득은 별로 변화가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막상 자본가의 소득을 모두 빼앗아보니 사회 총소득 자체가 감소했다. 자본가, 사업가의 가장 큰 역할은 사업체를 만드는 것이다. 본인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사업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자본가, 사업가가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근로자는 열심히 일을 하려 한다. 그런데 사업체가 있어야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있다. 사업체 자체가 없으면 근로자는 일을 하려해도 일을 할 수 없다. 일을 할 수 없으니 소득도 얻을 수 없다. 

 자본가, 사업가들이 돈을 하나도 벌지 못해도, 일반 근로자와 똑같은 돈을 벌어도 사업체를 만들고 유지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면 사회적 소득이 동일한 제로섬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본가, 사업가는 돈을 더 벌 가능성이 없으면 사업체를 만들지 않는다. 초과 이윤이 없으면 기존의 사업체도 그냥 접는다. 사업을 하지 않으니 자본가, 사업가는 더 이상 큰 돈을 벌지 못한다. 빈부격차는 해소된다. 그런데 사업체가 없어지니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없어진다. 근로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니 소득도 없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가난해진다. 빈부격차가 작은 평등 사회는 되었는데,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되었다. 누구도 이런식의 평등을 원하지는 않았다. 


 부자에게서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었을 때 모두가 좋아진다면 정부는 그런 정책을 쓸 것이다. 극소수 부자들의 희생으로 국민 모두가 다 잘살 수 있다면 정부는 그렇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런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극소수 부자들편이기 때문이 아니다.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국민의 삶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국민에게 나누어주자는 시도는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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