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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Apr 29. 2022

비제로섬 사회에서 복지정책의 방향

경제학의 패러독스-4

 제로섬 사회를 가정하는 사람들은 부자로부터 가난한 사람으로의 부의 이전을 주장한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도 증가되고 빈부격차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제로섬 사회에서 누군가의 소득 증가는 다른 사람의 소득 감소이다. 소득을 뺏기는 측에서 강력히 반발을 하기 때문에 재분배 정책이 원할히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강력히 반발한다는 것은 꼭 시위를 한다거나 불평을 한다거나 반사회세력으로 대두되는 것을 의미하지않는다. 이건 정치적으로 반발하는 것이고, 경제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자기의 돈을 지키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경제적 행동을 한다. 더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투자를 하지 않고, 투자를 하더라도 외국으로 옮긴다. 자본가, 사업가의 이런 행동은 사회의 파이 크기 자체를 감소시킨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재분배 정책을 시행했는데, 사회의 잉여 자체가 감소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의 절대치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현재 이 사회가 제로섬 사회라고 보는 것에서 일단 인식 오류가 있다. 분명 근대 이전 사회는 제로섬 사회였지만, 현대 사회는 제로섬 사회가 아니다. 최소한 한국은 1945년 해방된 이후 현재까지 제로섬 사회인 적이 없다. 중간에 몇 번 마이너스 성장을 해서 사회 파이 크기가 감소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회 파이가 증가하는 비제로섬 사회였다. 지금 경제성장율이 과거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연 2-3%는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비제로섬 사회이다.


 비제로섬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올리는 방법은 제로섬 사회에서와 다르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부자로부터 재산을 가져와야지만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비제로섬 사회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소득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일자리를 늘리고, 월급이 더 늘어나게 하는 것,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충분히 가난한 사람들이 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된다.


 일자리를 늘리면 늘릴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더 쉽게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가난한 사람들은 월급이 적은 일자리를 가지 않으려 한다. 한푼이라도 도 월급을 많이주는 자리로 옮기려 하고, 또 일이 어렵지 않은 곳으로 옮기려 한다. 일자리 선택이 많으면 많을수록 점점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일자리도 더 늘어날 수 있고, 월급도 늘어나고 또 일자리 복지 수준도 좋아진다. 


 물론 현재도 월급도 적고 일하기 힘든 일자리들이 아직 많이 있다. 하지만 5년전, 10년전과 비교해보면 분명 그때보다 월급이 늘어났고, 일자리 복지 수준도 나아졌다. 소위 잘나간다고 하는 직종에서는 월급이 그대로고 일도 더 힘들어진 분야가 많다. 의사는 과거보다 더 힘들어졌고, 변호사는 보수 수준과 사회적 위상이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 교수도 과거보다 보수는 적어지면서 일은 더 많아진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직장에서는 업무 환경이 더 좋아졌다는 말에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롤스 정의론에서 말하듯,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괜찮은 직장이 어떻게 되느냐가 아니라, 사회에서 소위 낮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의 보수와 수준이 어떻게 되느냐이다. 일용 노동자의 보수와 복지, 막노동자, 육체 노동자의 보수와 복지 수준은 분명 과거 5년전, 10년 전보다 더 나아졌다. 


 이들의 생활이 오히려 어렵게 되는 경우는 두가지 경우이다. 금융 경제위기,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가 굉장히 안좋아질 때 이들은 굉장히 어려워진다. 또 정부가 이들을 돕겠다고 이상한 정책을 실시하면, 그 정책의 부작용으로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돕겠다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상승시키니 오히려 이들 일자리가 줄어들어 돈을 벌기 어려운 경우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위기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사는 사람은 경제위기가 되거나 말거나 계속 잘산다. 사업체가 망해서 사업자가 백수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정말로 사업자가 가난한 사람으로 급전직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설사 망한다 하더라도 먹고살 수는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서 정말로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이 직격탄을 맞는다. 가난한 사람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제위기를 겪으면 안되는 것이다. 


 비제로섬 사회에서는 재분배 정책도 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비제로섬 사회에서는 고소득자, 중소득자, 저소득자 모두 소득이 증가할 수 있다. 고소득자의 소득이 100이 늘면, 그 추가 소득 중에서 20, 30 정도를 정부가 더 가져가는건 별 거부감이 없다. 세금으로 그렇게 더 내도 자기는 70, 80이 더 증가된다. 본인의 재산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세금이 늘어나고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이때 100의 소득 중에서 70, 90을 가져가면 아무리 자기 소득이 늘어난다 해도 반발을 한다. 하지만 100에서 20-30을 가져가는 정도로는 자기 행동을 바꾸지는 않는다. 정부는 별 저항없이 20-30의 재원을 더 얻을 수 있고, 이 재원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재분배 정책을 시행할 때 사회적 반발이 심할 수 있지만, 비제로섬 사회에서는 이런 반발이 적어 원활히 재분배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다.


 비제로섬 사회에서 재분배 정책과 관련한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빈부격차는 더 커진다는 점이다. 빈부 격차가 더 커진다고 해서 빈익빈부익부는 아니다. 가난한 사람도 소득이 증가하기는 하는데, 부자의 소득이 더 크게 증가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100의 이익이 증가한다면, 부자는 50이 증가하고, 중산층은 30이 증가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20이 증가한다. 늘어나는 사회적 잉여가 부자들에게 더 많이 분배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적게 증가된다.


  빈부 격차가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 자체에 초점을 두면 비제로섬 사회에서의 분배 정책은 문제가 있다. 빈부 격차가 감소하는게 아니라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정말로 나아지느냐 아니냐, 보다 잘살게 되느냐 아니냐에 초점을 두면 비제로섬 사회에서의 분배 정책은 별 문제가 없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분명히 더 나아지기 때문이다. 제로섬 사회, 사회적 파이가 축소되는 비제로섬 사회에서는 아무리 재분배 정책을 시행해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파이가 증가하는 비제로섬 사회에서는 분명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 정치가 완전히 경제를 망치려 들지만 않는다면, 비제로섬 사회에서 가난은 점차 축소된다.


 사회적 파이가 증대되는 비제로섬 사회는 경제가 성장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성장에 초점을 둔다. 성장에 초점을 둔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 성장, 비제로섬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사회적 파이가 증대되는 비제로섬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제로섬 사회, 사회적 파이가 감소되는 비제로섬 사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면, 일단 경제가 성장하는 비제로섬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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