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돌아온 사람

by 보포름


그것은 아버지의 편지였다

누구에게도 보내지 못하는 편지

나를 알아봐 달라는 한 장의 이력서



7년을 지갑에 들고 다녔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아버지를 위해

나조차 알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를 위해

지갑에 품고 다녔다



연락이 오겠지

누군가 알아본 사람에게 연락이 오겠지

그럼 그때 이 편지를 전해줘야지

여기에 적힌 대로 알아달라고 전해야지



누군가는 오겠지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누군가는 오겠지

알아본 이들이 이제는 안다며 위로하겠지

그때를 위해 나는 지갑을 편지봉투로 썼다



연락이 왔다

알아본 사람이 아니라 아버지가 돌아왔다

편지는 역할을 다 했다.

7년 만에 지갑에서 꺼내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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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싶어도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걸어 나가는 길에 문 열고 짐을 들려 보낸 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 읽지도 못할 편지 한 장만 가슴에 품고 다녔지요. 편지를 펼칠 때는 어떤 소식이 전해져 왔을 때라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그 소식은 기다릴 수 없는 소식입니다. 7년의 밤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의 증거가 됩니다. 희소식이 좋은 꿈을 꾸게 하진 않았지만 잠들 수 있는 밤이란 것에 안도했습니다. 어떤 소식은 전달되어서가 아니라 직접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게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다리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돌아온 발걸음에 다시 문을 열어줄 수 있었다는 감사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사랑했기에 기다리지 않았고 사랑이었기에 감사합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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