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생각에 쫓기고 싶지 않을 때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
숨을 참자 숨을 참자
떠오르는 감정에 잠시 머무르고 싶을 때
나를 안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
숨을 참자 숨을 참자
공허가 나를 마주 보게 할 때
단어를 쓰고 천천히 들이마셔
숨을 참자 숨을 참자
침묵의 소음이 잦아들 때
벅차오름이 가라앉을 때
온전한 내가 느껴질 때 웃음으로 뱉어내
주위를 둘러보며 미소 짓고
웃음소리로 감정을 풀어내
써놨던 단어를 지우고 깊은숨을 뱉어내
깊게 들이마시고 웃음으로 터트린다
흩어진 지우개밥을 모으고 입꼬리를 올려
잘 버티고 잘 놓아준 오늘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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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가 느닷없는 손님으로 다시 와도 허둥대지 않기로 했건만, 나는 또 마음이 소란스럽다. 혼자 있을 때만 보이는 모습이 당황스럽고 나만 느끼는 감정에 초조하다.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 할 일을 다 했는데도 무언가 조급해지는 마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정지 순간이 여전히 낯설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생각이 피어나고 감정이 떠오르고 결국은 나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한 박자 쉬고 숨을 내뱉는 게 좋았다. 잠수했다가 올라와 뱉는 숨이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소란한 그 고요 속에서 해방되어야 했다.
이해되지 않았던 순간의 생각들, 너무 잘 느꼈던 순간의 감정들, 모든 걸 사랑하고 싶은 나. 이런 것들에 숨이 차 오를 때 어떤 식으로든 내뱉을 수 있어야 안심이 된다. 가능하다면 웃음으로 뱉어내고 싶어서 입꼬리를 올린다. 웃음과 한숨은 안도의 행위라는 의미에서, 뱉어냄은 안에 잔뜩 차 있던 걸 충분히 느끼고 더 이상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였다.
회피하고 싶지 않다. 정지된 시간이 공허하게 느껴지지만 이런 고독은 앞으로 더 자주 방문할 것이다. 다음번엔 반겨주리라 다시 다짐한다. 단어를 쓰고 지운다. 지워낸 단어는 지우개밥으로 남는다. 내 안에 남은 것은 단어로 쓰이고 놓아준 것은 지우개밥으로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