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이야기로 이어지는 시간
거실엔 무드등이 없다. 저녁 9시가 되면 거실 불을 끄고 방에 있는 무드등을 켠다. 빛으로 잠자리를 유도한다. 아이들은 어둠보다 포근한 빛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푹신한 인형들이 반겨주는 침대로, 포근한 이불로, 몸을 파묻는다. 만족스러운 얼굴에 나는 안심한다.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되고 있다는 마음에 감사함이 몰려온다. 이 안정을 함께 더 누리고 싶다.
목소리로 아이들의 공간을 감싸주고 싶다. 아이들이 각자 자기 침대에 누웠을 때 나는 책을 읽어준다. 함께 안심하는 시간이다. 고학년이 된 첫째도 이 시간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잠자리 독서를 하니 함께 기억하는 책들이 많아진다. 이제 그림책은 잘 읽지 않는다. 읽더라도 고학년도 볼 수 있는 그림책을 선정한다. <돼지왕>, <모두를 위한 집>, <씨앗과 나무> 같은 책들은 고학년 아이들과도 이야기 할 거리가 많다. 하지만 요즘은 그림책보다는 어린이 문학 소설을 읽고 있다.
<어린왕자>를 기억하고 <긴긴밤>을 함께 달래는 밤들을 보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난 뭐든지 할수 있어>,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어줬다. 이제는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아이들의 마음과 어른의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좋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유쾌한 이야기에 아이들이 재밌어 했지만 어른의 마음으로, 특히 엄마의 마음으로 읽는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함께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난 뭐든지 할수 있어>는 잔혹동화 같은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에 감수성이 자라고 상상력이 자란다. 따뜻하면서도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는 아이들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자라게 할 것이다. 뻔한 교훈을 주는 동화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을 조심스레 추천하곤 한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첫 장부터 슬프다. 죽음과 삶, 자유에 관한 고전 판타지다.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매일 밤 사자왕 형제를 응원했다. 평등에 관한 이야기 <왕자와 거지>, 악마와 계약한 <파우스트>를 읽었고 요즘은 <빨강머리 앤>을 읽어주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니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이 많다.
엄마가 읽어줬기 때문에 오래 기억한다는 것도 좋지만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책들이 늘어간다는 게 가장 좋다. 우리는 같은 부분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곤 했다. 따뜻한 잠자리에 포근한 무드등은 감수성을 키운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내 목소리를 듣는다. 나도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감정을 배우고 있다.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우리 이야기를 만들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