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의 첫 단추

by 보포름

아이들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늦잠도 자고 TV도 많이 보게 될 거란 건 알았어도 이렇게 겨울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열감기에 걸릴 줄은 몰랐다. 독감 검사를 했는데 독감은 아니란다. 요즘 변이 바이러스가 많아서 열을 유발하는 감기도 많다고 한다. 학기 중에는 건강했던 아이들이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아프니 마음이 쓰인다. 신나는 계획까지는 아니어도 겨울방학에만 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하고 있었다. 스케이트장도 가고 썰매도 타고 말이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열감기라니.

열은 나지만 아이들은 발랄하다. 무언가 하나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미술놀이도 열심히 해주던 나였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팬트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미술도구를 뒤적인다. 풍선을 발견했다. 아이들에게 풍선을 내줬다. 처음엔 어떻게 가지고 놀지 아이들을 관찰한다. 첫째는 독립심이 컸나 보다. 풍선에 실을 엮어 방문 앞을 가로막더니 비밀번호와 손바닥 인식, 안구 인식 기계처럼 꾸며놓는다. 이 세 가지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방에 들어올 수 있단다. 웃음이 난다. 지금은 아이들 침대방과 공부방으로 두 아이가 방을 함께 쓰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보니 이제 따로 각자의 방을 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방이 생기면 방에서 더 나오지 않으려나? 아무튼 풍선 하나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본다. 활동적인 둘째는 풍선 배구를 한다. 밖에서 활동하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열이 나니 컨디션을 되찾을 때까지 집에 있자고 달래 본다. 그렇게 풍선놀이가 끝나면 내가 나설 차례다.

어렸을 때 했던 풍선 놀이를 다시 해보겠냐고 묻고 아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풍선 10개를 불어서 묶고 테이프로 원형 모양으로 붙인다. 드라이기로 풍선을 띄우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풍선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선의 가운데를 통과시키는 농구놀이를 한다.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에 공중에 떠있는 풍선의 그림자가 꽃 모양을 만든다. 어렸을 때 놀았던 놀이를 여전히 즐거워하는 걸 보면 몸만 자란 아이들을 너무 큰 아이 취급했다는 생각 반성하게 된다.

혼자 있을 때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지만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자연히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감정도 밝고 가벼워진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마음 한쪽의 불안이 가슴을 간지럽힌다.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수영을 가지 못했다. 아이들이 열이 있으니 잠시도 떨어지기 불안했던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고 불안이 잦아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내가 한 것과 못한 것 사이에 이 간지러운 불안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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