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편안히

by 보포름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불안했을까? 일상은 달라질 게 없는데 조급증이 있다. 그럴 때는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해서 더 극악스럽게 부지런을 떨었다. 그러다가도 막상 해넘이 시간에 뒤돌아 보면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것 같아서 헛헛했다. 당장에 해결해야 할 거리가 있다면 차라리 나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날이면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여기서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 걸까? 무언가 해야 한다는 행위에 사로잡혔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잠들어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새벽까지 뜨개질을 하곤 했다. 살림은 부지런할수록 눈에 띄는 게 없었고 뜨개질은 부지런한 만큼 결과물이 눈에 띄게 보였다. 그래서 뜨개질이라는 행위에 몰두했다. 뜨개 인형은 하나 둘, 큰 리빙박스를 가득 채웠다.


지금 그 인형들을 보면 그때의 내가 안쓰러우면서도 그립다. 그때의 체력이 부럽다. 지금은 조급증에서 조금 멀어졌다. 아니 그러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해야 할 것들에서도 멀어지는 느낌이다. 건강히 멀어지려고 노력 중이다. 아이들을 뒤쫓아 다니며 챙길 필요가 없고 집안도 사람 사는 집답게 조금 어질러져 있어도 좋다. 내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그래야 내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이 편해진다. 가족들이 그렇고 물건도 그렇다.


마음이 급하면 조금씩 수정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주차할 때도 급히 핸들을 돌리면 각도가 틀어져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핸들을 돌리는 연습을 한다. 조금 기다려주고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려고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휘갈기면 찰나의 순간은 잡을 수 있지만 나만 아는 글이 되기 십상이다. 나는 그런 글은 쓰고 싶진 않다. 그런 글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그만 쓰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반박자 느리게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쫓기지 말고 마음을 편히 먹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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