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띄우는 시간.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걸 고스란히 느낀 1년이었다. 그래서 새해 목표를 분명하게 잡기로 했다. 26년엔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기르자. 이제 마흔이다. 지금은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체력이 없다. 봄, 여름에 새로운 일도 해보며 체력을 키운 줄 알았는데 한계에 다다른 거였다. 의식이 또렷하다고 느꼈지만 스스로 씌운 필터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체력이 다 하니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고여있게 되었다.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봄으로서 체력 소모를 줄이고 있었다. 늪에 빠졌다. 가을부터 주변의 모든 것이 무겁고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겨울은 언제나 그랬듯 모든 기억이 범람했다. 그래서 아팠고 그만큼 애틋했다. 그 감정들은 나를 사랑하는 만큼 아름다웠고 나를 미워하는 만큼 슬펐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내 주변을 사랑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나는 나를 많이 사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늪지 같은 마음은 사랑보다 슬픔을 택하곤 했다.
새해 2026년이 흐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전에 체력을 키우기로 했다. 체력을 키워서 일상을 더 잘 지내보자는 거다. 모든 걸 가라앉게 만드는 늪지 같은 마음을 조금은 단단히 만들어서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이름 모를 야생화를 피우고 싶다.
수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척추분리증을 핑계로 운동을 멀리했다. 선천적으로 척추고리 하나가 부족한 나는 허리에 무리가 가면 며칠씩 고생하곤 했다. 허리와 골반이 자주 저렸고 그래서 허리 근육을 키워야 함에도 몸을 사리곤 했다. 그냥 운동을 싫어했다. 어려서 수영을 배웠기 때문에 물은 좋아했다. 결혼 전에는 집 근처에 수영장이 있어서 자주 허리운동 삼아 수영하곤 했지만 결혼 후엔 수영장이 멀다는 핑계로, 아이들 챙긴다는 핑계로, 그마저도 멈췄었다. 그러니 정식으로 수영을 다시 시작하는 건 13년 만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그동안 건강 챙기기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 위에 몸을 띄운다. 수영장 바닥과 수평을 이룬 내 몸이 자유롭게 느껴진다. 물속에서나마 공중에 떠 있다는 느낌을 얻는 게 또 얼마나 설레는가.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갈 때는 시원한 해방감을 느낀다. 하루 한 시간씩 꾸준히 한다면 체력이 얼마나 붙을까? 얼마나 마음이 단단해질까?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나는 나를 더 사랑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