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아 오면서 나는 당신과 한집에 살게 되었어요. 당신을 만나 집에 가보니 친구들이 여러 명 있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답니다. 내가 보기에 나처럼 깔끔하고 예쁜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무슨 일이지?' '어떻게 된 거야.' 한편으로 그 친구들을 보면서 걱정이 됐어요. '나도 저 친구들처럼 당신이 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신세란 말인가!'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만남부터 당신이 나를 한순간도 떼어 놓지 않아 안심도 되면서 친구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 뭐예요.
잠이 깨는 순간에 어느 누구보다 먼저 나를 찾는 당신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답니다. 그중에 단연코 최고는 쉴 새 없이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었지요. 비가 개인 오후 창경궁의 푸른 숲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느낀 날이 기억에 남아요. 경복궁에서의 수문장 교대식은 조선시대로 여행을 온 듯 웅장하고 생생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거 생각나나요?' 어느 아기엄마가 그 모습을 어린 딸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아랑곳하지 않고 애를 썼지만 딸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어요. 아이를 달래지 못하고 못내 아쉬워하면서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내 마음이 안타까웠어요. 종로에서의 초파일 풍등 행사는 많은 인원과 퍼포먼스가 눈을 뗄 수가 없었죠. 속초 앞바다의 넘실 거리는 파도와 방 안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었지요. 해수욕장의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 다니며 빙빙 돌면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나는 심장이 터져 죽는 줄 알았어요. 어지러워서 멀미를 한 것처럼 구역질도 났어요. 나랑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외여행을 떠났지요. 대만에서 삼 박 오 일한 후 돌아와서 삼일 후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보고 나는 속으로 많이 놀랐답니다. 그런데 그것은 놀랄 일도 아니었어요. 프랑스에서 스위스를 거쳐서 이탈리아까지. 열흘이 넘도록 새벽부터 미사를 드리고 버스를 타고 날마다 짐을 풀었다 싸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혹시 너무 무리하다 아프면 어쩌나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누구보다 씩씩하게 주위사람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고 챙겨 주는 것을 보고 함께 하는 내가 스스로 자랑스러웠어요. 특히 프란치스코교황님을 뵙고 뛸 듯이 기뻐하며 나를 정신없게 만드는 당신이지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용서가 됐답니다. 얼마 후 일본에서의 열차여행은 나를 흥분시키고도 남았답니다. 여기서도 매일 짐을 들고 열차를 수없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지만 네 명씩 조를 이루어 다니는 여행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나처럼 해외여행을 자주 나가는 친구도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덕분에 비행기도 원 없이 타보고 해외 열차여행을 실컷 했지요. 평상시에 나들이를 하는 바쁜 중에도 나를 기쁘게 해주는 재주가 당신에게는 있었지요. 아파트 담벼락에 있는 예쁜 꽃, 길가에 핀 야생화와 높은 하늘까지~
그래도 그중에 제일은 손녀와 함께 하는 것이지요. 아침에 유치원 등원 할 때마다 손녀 얼굴을 찍어주는 당신이 나는 참 좋아요. 그래서 난 손녀얼굴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요.
당신은 어디를 가던지 나와 일심동체를 하다 보니 지인들에게 원성을 사는 일이 종종 있었지요. "아이들처럼 넌 핸드폰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 "핸드폰을 많이 보면 눈도 나빠지고 목도 아프고 병이 많이 생긴데" "핸드폰 중독이네!"
그럼에도 당신은 나를 멀리 하지 않고 있어서 나도 걱정이 된답니다. 지인들의 말처럼 중독이 아닌가 하고요. 그렇지만 당신이 함께 즐기는 것 중의 하나가 책을 읽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다른 폰보다 넓게 펴놓고 볼 수 있어서 좋다며 늘 만족스러워하는 당신 모습을 보며 저는 많이 뿌듯했어요. 남들은 내가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한결 같이 나의 장점을 알려주는 당신이 고마워요.
가끔은 나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아 내가 참 답답한 마음에 알려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적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멀리 떨어져 사는 딸에게 SOS를 치곤 했었죠. 언제든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딸이 있어 나는 걱정하지 않아요. 딸과 소통하는데 내가 조금의 지분은 가지고 있지 않나요? 이제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기 위해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지내기로 해요. 섭섭해하지 않고 행복한 마음으로 충전을 해놓고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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