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일기 14

임을 위한 행진곡

by Pia Jong Seok Lee

예술가로서의 인내와 전진,

그리고 사회에 속한 한 개인으로서의 버팀. 나는 자본주의 사회밖에는 살아보지 못했지만, 사회라는 것은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 여타의 제도적 폭력이 존재하고, 그 제도적 폭력을 사회 속 구성원들은 모두 거부 하지만, 동시에 동경하고, 그 힘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갖기를 기다리며 투쟁하듯 살아감을 배우고 있다.

여기서 나의 갈등은,

내가 원하는 내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그 무엇을 이루고자 함 자체 보다는, 어쩌면 그것이 나의 창작 행위들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임을 아는데, 그것이 내 살아생전이 될지 죽어서가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여기서의 진짜 나의 갈등은, 사회적 삶을 어떤 지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조금 내 몸과 가족의 몸들, 그리고 그 곳에 속한 내 영혼이 자유롭고 싶다는 것.

그런데 이놈의 자유란 것이,
내가 속한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다 보니 신용카드의 한도와 한 번도 만나지 못해본, 계좌 속 숨은 숫자들의 크기로만 그 범위가 결정 되니, 언제 얻을지도 모르는 내가 가겠다는 그 길 저 꼭대기의 무엇을 이렇게 적은 자유와 숫자들 속에서 계속 걸어 나가야 하는가…가지 말아야 하는가… 그것이 갈등이라는 것이다.

어디 이 갈등이 나 혼자만의 것이겠냐 마는,
이미 내 앞을 걸어갔던 수 많은 선배 예술가들의 흔적들이, 자본주의 사회를 처음으로 제대로 관통하고 있는 근래의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그것이 물론 아름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두려움을 앞서게 하니, 이것은 또 웬일인가..

사회화 된다는 것은,
예술가에게 있어서만큼은, 참으로 아픈 시간들이고, 물론 앞서간 그들은 절망의 시간과 그로 인한 삶의 저 밑바닥이 너무도 소중한 것이고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들하고, 적어도 놨지만, 그 절망의 한 가운데 있을 때, 그들은 과연 어떤 용기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그래도 그때는 지금처럼 사회라는 것이,
모든 것이 시스템이라는 편리를 가장한 유기적 통제가 없었기에 여기서 빚지고, 저기로 도망가 또 빚지고 또 저기로 도망가서라도 창작과 고통을 지탱 할 수 있었지만, 요즘 세상은, 어찌된 것이 여기서 단 백 원만 빚져도, 그 돈을 조금이라도 정해진 시간 안에 되돌려 주지 못하면, 세상 어디에서도 자유롭게 살게 내버려 두질 않으니, 참으로 즐길 수만은 없는 고통이리라…….

내 나이 스물여덟,
바라고 원하건대 내 안에 집중하며,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나를 관통해 흐르는 이 세대를 내가 가진 무언가로 말하며 그 세상을 함께 나누길 소망하는데, 생의 어느 만큼을 살아버렸음에도 난 어찌 아직도 사회화 초기 단계에서 자본주의의 똘마니 마냥, 나를 나타내는 숫자가 적어질 수록, 그 숫자를 불리고 싶은 욕심만 앞서는 것일까…….

베토벤 형,
옳게, 또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오직 그러한 사실 만으로써 능히 불행을 견디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형은 입증하고 싶다고 했지요? 나도 앞서간 형의 뒤를 따르리 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아가며 말 이예요.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낄지라도 새 날이 올 때 까지 흔들리지 않으렵니다. 세월이 흐르고 산천이 흘러도 깨어나서 뜨거운 함성으로 외치며 내가 살아있는 그날 까지 앞서간 형의 뒤를 따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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