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굴려볼까요?
10세 반: Would you hug me? (선생님을 안아주세요.)
11세 반: She can do it. He can do it. We can do it. I can do it!
12세 반: Three, two, one!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13세 반: 손을 비비고 가슴에 손을 얹습니다. 숨을 쉽니다. 하나, 둘, 셋, 넷.
14세 반: 오늘의 영어 논술 주제는 빨간 약을 먹겠는가 입니다. (feat. 매트릭스)
15세 반: 고등학교 입학 지원서 대비, 자기 현재와 미래를 그려봅시다.
이렇게 수업을 시작합니다. 주 과목은 영어이지만, 멘탈 관리도 중요한 법이니까요. 잘 관리하지 못하면, 시험 혹은 인생을 망칠 수도 있어요. 시험은 한 번 망쳐도 됩니다. 하지만 인생은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넘어지면 일어날 힘이 필요해요.
어디선가 이런 글을 봤어요. 공이 굴러가다가 벽에 막혀서 멈추었다고요. 이때, 벽을 치우면 공이 다시 굴러갈까요? 그렇지 않죠. 공이 다시 굴러가려면요. 1. 벽을 치워야 해요. 2. 공을 다시 굴려야 해요.
벽은 각자 치워야겠지만, 공 굴리기라면 도와줄 수 있어요. 여러 가지 방법을 탐색해 봤으니까요. 예를 들면, 박스 호흡, 감각에 집중하기, 여러 단어를 쓰고 색연필로 연결하기 등이 있어요. 여러 가지 암시도 가능합니다. '나는 강하고 차분하니까, 천천히 차근차근 하자'와 같은 암시죠.
상황극도 도움이 됩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사춘기를 일찍 겪습니다. 자기주장을 소리소리 지르고 싶어 하죠. 감정이 넘쳐흘러서 다루기 어려워합니다. 자기 자신도 미워하고, 서로서로도 미워하죠. 자주 오는 전화입니다. ‘A 친구와 다른 반으로 바꿔주세요.’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고, 학원도 같이 다니기 싫답니다. 서로 미워하는 친구가 한, 둘이 아니죠. 즉흥적인 사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잘 싸우는 법. 즉, 욕구를 우아하고 멋지게 말하고, 대답하는 방법을 배워야죠. 각자에게 맞는 상황극을 줍니다. 가상의 인물이 비슷한 상황에 어떻게 말하는지를 따라해 봅니다. 줄글보다 효과가 좋은 방법입니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상황이 다르거든요. A 학생은 이미 인생이 힘들어요. 이유는 모르고, 그냥 매일 한숨만 쉬죠. B 학생은 엄마가 힘들어요. 숙제 점수가 낮으면, 얼굴에 그늘이 집니다. C 학생은 자기 감정을 어려워해요. 시험에서 하나를 틀리면 울고 말죠. 어떤 학생은 타인 감정을 어려워해요. 발표를 시키면 머리가 깨질 것 같죠.
아름답고 연약한 존재에게 위로가 되는 선생님이,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살다 보면 우연히, 삶의 어느 찰나에 누군가에게 의미를 전할 수 있겠죠. 지금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영혼이 아이들이네요.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아이들을 치유하면, 저도 치유됩니다. 그래서 나름 애쓰고 있는 것이겠죠. 아이들이 함부로 서로를 대하면, 저도 상처받습니다. 제 내면 아이가 인간관계에 섬세하게 반응해서요. A 친구가 B 친구를 은근히 따돌리거나, C 친구를 제압하거나, D 친구를 무시하거나,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게 보입니다. 제 마음도 찢어지죠.
아이들이 멈춰설 때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벽을 치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공을 굴리는 것뿐입니다. 가끔은 저도 공처럼 멈춰 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누군가의 공을 굴립니다. 도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