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시간, 아이들이 집중해서 문제를 푸는 게 신기하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팔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왈가닥 아이들인데 시험만큼은 열중하는 게 기특하다. 조그만 손으로 답을 써가는 게 귀엽다. 아이들은 친하지만, 경쟁만큼은 서로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가끔은 너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아이들이다. 조금은 유연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데,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주관식 문제에 부분 점수를 주는 것을 반대한다. 소근육이 덜 발달한 친구에게, 단어 시험 시간을 1분 더 주는 것을 반대한다. 특정 친구에게 보충 학습지를 주는 것을 반대한다. 잘하는 친구들은 독보적으로 이기고 싶어한다. 초등 반 학생은 단어 시험을 하나 틀려도 대성통곡한다. (학부모님과 선생님은 혼내지 않는다.) 단어 시험 전에 떨려서 매번 화장실을 참을 수 없는 아이도 있다. 시험을 못 보면, 소리 지르고, 옆 친구에게 화풀이한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다. 동시에 점수에만 집착하는 좁은 시야에 갑갑하다. 배우는 과정을 즐기라고, 함께 성장하자고 가르치고 싶기 때문이다. 팀 점수를 만들어, 서로 도와주게 해본다. 돌아가며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 시험 점수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태도 점수로 칭찬해 준다. 아직 획기적인 방법은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시도할 뿐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점수에 집착한다. 만점을 받으면 왜 칭찬해 주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많은 아이가 자신에 집중된 칭찬에 목마르다. ‘저는 좋은 학생이죠?’, ‘선생님, 저 오늘 잘했죠?’, ‘선생님, 저 숙제 잘했죠?’ 같은 질문을, 같은 아이가 매일 반복한다. 이 역시 기특하면서도 애잔하다. 모두에게 칭찬에 박한 선생님이 아닌데, 따로 독보적으로 칭찬을 듣고 싶어 한다. 관심에 목말라서 주말에도 선생님을 따로 만나려 한다. 보충 수업을 조르는 것이다.
선생님은 몸이 하나지만, 아이들의 욕구는 다양하다. 특히 ADHD나 경계성 지능으로 의심되는 친구들은 하나하나 옆에서 봐줘야 효과적이다. 전체적인 통솔에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해서, 개인 지도를 충분히 하지 못한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괴감이 든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 ADHD 친구는 곧잘 바닥 누워 울거나, 친구를 욕하거나, 벽을 손으로 부수거나, 교과서를 잘게 찢는다. 그런 날은 내 하루도 망가진다. 교사 자격이 없는 것 같은 느낌. 결국은 나도 결과에 집착하는구나.
그래도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본다. ADHD 친구에 알맞은 새 학습법을 찾아, 내일 적용할 것을 적는다. 예를 들면, 1. 눈을 맞추고, 2. 선택권을 주고 3. 제한 시간 동안 걸어 다니게 해주고 4. 짧은 시간만 집중하게 한다. 등등. 내일 아침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문제도 교재에 추가할 것이다. 공감만으로는 지도가 안 된다는 것을 자주 복기한다. 단호하게, 명확하게, 작전을 가지고 훈육해야 한다. 언젠가는 A 학생이 집중하는 데 성공했다고 느낄 수 있게, B 학생이 친구를 도와주는 뿌듯함을 배울 수 있게.
늘 애쓰고 도전하지만, 교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루하루가 다른 교실이다. 계속 연구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오늘의 나부터 다독여본다. ‘수고했어.’ ‘A 학생에게 적절한 훈육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자괴감이 들지?’ ‘그래도, A 학생에 대한 네 마음과 노력을 A 학생의 무의식이 느꼈을 거야.’ ‘다른 학생들도 그걸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었을 거고.’ ‘좌절하지 말자. 오늘의 내가 좌절하면, 내일은 학생 손을 잡아줄 수 없잖아.’ ‘힘내자. 힘내보자, 얍.’
내일 교실(혹은 회사) 상황이 어떻든,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오늘의 나를 기특해해야지.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나를 길러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