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빨간실로 연결되어 있을까
"다이어트 중이어서 저녁 안 먹어요."
"아, 네.."
댕, 머리에 총 맞은 것 같았다. 어디서 잘못된 거지? 이게 내 착각이었다고? 와,, 쪽팔리다. 왜 나한테 괜히 말 걸어서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어!! 분노에 찬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뭐지 하며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는 그를 등 진 체 몸을 바로 뒤로 돌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예상도 못한 전개와 함께 대비하지 못한 무참한 공격으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부여잡고는 무작정 내리막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내려갔다. 걸어가는 내내 '그래 안 먹을 수 도 있지, 뭐 그렇지, 뭐야 미친놈이네'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같이 공부하던 아주 지혜로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몰래 딴짓하다가 일이 틀어졌고 그 잘못을 조금이나마 구제받고자 전화했으며 그간 있던 전개와 함께 결말이 결국 다이어트 중이라서 밥 같이 안 먹겠다는 이 어이없는 이 상황을 욕하면서 한탄했다. 친구 말로는 인사도 똑바로 하지 못하면서 무슨 밥이냐고 불나방같이 뛰어들지 말라니까 앞뒤 순서 없이 무작정하면 뭐가 되겠냐고 되려 나를 혼내주었다. 맞아 내가 잘못했지, 결국 그가 건네었던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인지 못하고 무작정 내 맘대로 착각했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다. 하, 히트 칠 로코 영화 한 편 찍겠네라는 원대한 내 원고집이 집필 시작하기도 전에 망해버린 느낌이었다. 도서관이라는 이 감성 돋는 장소에서 향수 뿌리는 폭스바겐 남자를 꼬셔 짜릿한 연애하겠다는 내 계획이 그저 상상에서 머물다 세상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질 운명에 쳐했다는 게 한탄스러웠다. 내일부터 나는 다른 도서관을 가야 되는 건지 아니 당장 지금 도서관 자리는 어떻게 가냐, 내가 미쳤지 왜 그딴 이상한 짓거리를 해가지고 이런 어이없는 기분을 겪어야 하는 건지, 진짜 제발 이젠 정신 차리자 하면서 친구와 통화하며 걷는 길이 분노와 쪽팔림으로 후끈거릴 때쯤
"잠깐만 끊어봐"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