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살 앞에서 울었다.
작년에 입사하여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견뎌온 덕분에 나름 편안한 올해를 보내고 있는 나는 유치원이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동료 선생님들 때문에 힘들었던 거였지, 사랑스럽고 순수하게만 보이던 유아들한테는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던 오늘 나는 6살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하루에 7명의 유아가 약을 챙겨 먹어야 할 만큼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교실 내에서 결국 나도 감기에 걸렸다. 코를 훌쩍거리다 보니 머리가 멍해지고 목소리도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코로나 걸린 거 아니냐며 자기 옆에 오지 말라는 원감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의 장난도 가볍게 받아 치치 못할 만큼 체력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12월에 있을 작은 별 음악회를 위해 연습을 매일 같이 하고 있었다. 사물놀이를 하는 6살 아이들 중 복잡한 기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있는 유아는 장구로 그보다 못한 유아들은 북으로 구분 지었다. 편하게 말하면 말 잘 듣는 유아들은 장구를 다루기 힘든 유아들은 북으로 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중 나는 북 지도를 맡게 되었다.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는 유아가 2명만 있어도 힘든 이 교실에서 다루기 힘든 유아가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한두 명의 유아가 아니라 정말 10명이 넘는 말 잘 안 들어주는 유아들에게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음악회 연습을 끌고 가는 것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새로운 장단을 알려주고 있는데 계속해서 북소리를 내고 있는 유아, 옆에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까르르 웃는 유아, 옆에서 잘 따라 하고 있는 유아를 툭툭 건드는 유아 등 하루하루 당겨오는 음악회의 압박감은 오로지 나만 느끼는 것 같았다. 지속적으로 유아들에게 호소도 해보았다. 우리가 지금 함께 열심히 해야 음악회에 와서 부모님에게 멋있는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선생님을 잘 쳐다만 봐주는 것만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듣는 둥 마는 둥 옆에 친구랑 까르르 웃으면서 북채로 장난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제발, 제발, 선생님 방해하지 않으면 안 될까, 연습을 해야 하는데 친구랑 장난치고 있으면 연습하는데 방해돼 그만해 좀" 이렇게 말해놓고는 창피했다. 지혜롭지 못한 것만 같고 내가 참 능력 없어 보였다. 기껏해야 6살 아이한테 화가 난다니, 숨을 한가득 들이마시고 힘껏 내뱉고는 "자자 연습하자" 하면서 다시 북채를 잡았다. 나의 화는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윽박지르고 싶어도 열심히 잘 따라오고 있는 유아들을 위해서 그냥 무시하기로 하였다. 옆 반에서 부드럽게 들려오는 장구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끄럽게만 들리는 북소리에 더욱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렇게 참고 참으며 장단 하나를 마치고 있을 무렵, 또 까르르 웃으면서 북을 내리치고 있는 유아의 북소리가 점점 내 심장박동을 올리더니 얼굴이 점점 빨개지고 참으면 안 될 것 같은 분노가 차올랐다. 마침내 책상을 한번 내리치고는 "그만"이라고 말하며 눈물이 고였다. 속으로는 이러면 안 돼, 안돼 만 외치고 있지만 눈물은 이미 눈 가득 고여있었다. "선생님 운다." 맨 앞에 앉아 있었던 유아가 말했다. 그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옆에서 정성스럽게 장난만 치던 유아도 나를 바라봤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00야 선생님,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연습을 잘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00가 자꾸 북소리를 내면서 방해를 하니까 연습하는데 점점 화가 나" 멀뚱히 나를 쳐다보던 그 얄미운 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힘껏 내뱉고는 북채를 잡았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는 아무런 관심도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유아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은 그 아이들이 참 미웠다. 결국 음악회도 끝까지 잘 해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체력이 부족해 지혜롭게 받아치지 못한 나의 능력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면서 오늘은 그 험난한 과정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창피하게 다시는 울지 말고 잘해보자는 마음만을 다진 체 감기약을 먹으며 일찍 잠에 들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작은 별 음악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