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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Dec 10. 2022

유치원 교사 반성문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00 선생님 바꿔주세요"

아침 8시 34분, 교실로 올라가기 직전 내 책상에서 울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차가운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유아들과 함께 운동과 관련된 놀이를 한창 강당에서 하고 있을 때였다. 다음 주에 나갈 놀이 이야기를 위해 열심히 유아들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며 바쁜 와중에 유아 두 명이 "선생님"하면서 다가왔다. 

"선생님 00가 제 몸을 만졌어요." 하면서 다가오는 유아의 말을 듣고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다 같이 모여 앉은 곳에서 같이 간지럼 태우면서 같이 놀고 있다가도 "그만해"라고 제제하기만 하면 "선생님 **가 제 몸 만졌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유아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친구가 실수로 만져진 건 아니니?"라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아니요 내 뒤로 와서 만졌어요"라고 말하는 유아의 눈빛을 보면서 나는 이번 일은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 암담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함께 보조해주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아이 한 명을 데리고 교실로 향했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어떻게 된 상황이야?" "제가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00가 뒤로 와서 제 엉덩이를 만졌어요." "알았다" 하고 이번에는 다른 아이와 함께 교실로 향했다. 20걸음도 안 걸리는 교실을 향하면서 나는 떨렸다. '이 아이에게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가는 걸음걸음이 가시밭 같았다.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00야 어떻게 된 거야? @@말로는 네가 뒤로 와서 엉덩이를 만졌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니?"라고 물어보자 "아니 저는 공으로 했어요"하면서 고개를 떨구고는 내 눈을 피한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왜,, 왜,, 머리가 새하얗게 변함과 동시에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나의 현장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참으로 암담했다.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6살이라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기에 만졌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 작은 아이에게 큰소리를 쳤다.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그저 그러면 안 된다고 화만 냈다. 

 고비는 한꺼번에 몰아쳐 온다는 말이 맞듯이 그날은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업무시스템 컴퓨터 설치로 교사실의 기존 컴퓨터의 데이터를 모두 옮기고 교사실을 비워줘야 하기에 모든 선생님들이 분주히 이리저리 움직이는 부산한 날이었다 그러자 덩달아 산만해진 나는 그만 이번 일을 부모님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과 원감 선생님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을 나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러고 다음 날 아침 받은 전화에서 00의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탄식을 질렀다. "~선생님 바꿔주세요" "네 어머니 저예요, 아 어머니 혹시 00일로 전화.." "아니 선생님 제가 어제 @@가 00가 자기를 엎드리라고 하고는 와서 소중한 곳을 손으로 만졌다고 하는데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저번에도 00가 제 아이를 건드리는 거 같아서 불편했는데 왜 우리 아이한테 그러는 건지, 가끔 집 놀이터에서 놀이하는 00 보면 좀 폭력적인 거 같았는데 그 아이 부모님은 아시는 사실인가요? 저 내년에 00랑 같은 반 되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아야지 아니면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원감 선생님이랑 통화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왜 어제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 안았을까 마음속으로 되뇌며 어제 상황을 말씀드렸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전화를 드려서 상황을 설명해드려야 하는데 너무 속상하시겠어요. 어제 제가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가 바닥에 누워있었고 00가 공으로 엉덩이를 스치듯이 건드렸다고 하더라고요. 집에서는 00가 누우라면서 손으로 만졌다고 했나요?" 아직 덜 깬 머릿속이 이 전화를 받으면서 정신을 차렸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또 다른 이야기였으며 더 심각해졌기에 어머니한테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20분 동안 어머니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는 원감 선생님에게 이번 사건을 말씀드렸다. 이미 사건은 일어났고 나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기에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했다. 곧장 00을 불렀다. "00야 오늘 @@엄마가 말하기론 네가 @@한 테 누우라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니?" "아니에요!" "그럼 손으로 엉덩이가 아니라 소중한 곳을 만졌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야?" "아니에요 저는 엉덩이 쪽이었어요!"라고 이야기 듣고 이번에는 @@를 불렀다. "@@야 어제 00가 누우라고 했어?" "아니요 옆에 다른 친구가 누워있어서 저도 따라서 누웠어요" "그래, 그럼 00가 너의 소중한 곳을 손으로 만졌다는 게 사실이니?" "네" "음 아까는 누워있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소중한 곳을 만질 수 있지?" "아 아니에요 엉덩이예요" "그럼 손으로 만졌다고 하는데 네가 눈으로 본거야?" "아니요 그냥 느낌이 났어요" "그렇구나 알았다.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어제는 많이 속상했겠다. 선생님이 00한테는 그러면 절대 안 된다는 걸 이야기했어,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 바로 선생님한테 알려줘"  다행히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는 6살 아이들이었기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부모님은 유아의 말만 듣고 사건이 와전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빠르게 지나가기만을 바라던 시간이 제발 느리게 가기를 바랬지만 교사실로 내려가는 시간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우선 사실 관계를 다시 원감 선생님한테 알리고 원장 선생님과 함께 회의를 열었다. 이미 감정이 많이 상해버리신 부모님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전달하고 해소해야 될지 의논한 뒤 원장, 원감 선생님이 있는 자리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 유치원이에요, 오늘 아침에 말씀하신 내용에 제가 알고 있던 사실과 조금 다른 내용이 있어서 확인해서 다시 전화드려요." 하면서 바른 사실과 함께 앞으로 유아들과 함께 어떻게 지도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브리핑까지 모두 다 마쳤지만 "네"하고 차갑게 대꾸해주시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없다는건 핑계고 부모님에게 이러한 무서운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워 미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큰 잘못을 했다. 이놈의 전화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이번 일로 나는 반성하게 되었다. 무난하게만 흘러가던 2년 차 교사 생활에 정신 차리라고 던져준 차가운 물이었다. 이번을 계기로 유아들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시키면 좋을지 알아보게 되었고, 부모님에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은 그날그날 전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더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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