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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Aug 28. 2021

듣기 싫은 연수

나의 가치관은 선택적이면 안될까

 유아가 좋아서 아이를 사랑해서 유아교육에 진학하기보다는 잔잔하게 있는 잔재주를 마음껏 부릴 수 있을 것 같은 곳이 유아교육이라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 입학했다.


 전문직인 만큼 정해진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임용 공부도 했었고 지금은 사립 유치원에 취직하여 일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나는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24명의 6살 아이들을 이끌고 갈 것인가, 나는 무슨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걸까, 순수한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과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이상적인 의문을 가지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펼쳐보자, 우리 반, 나의 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이 말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의 반이라도 함께 맞춰가야 하는 동료가 있고 따라가야 하는 유치원 분위기라는 것이 있었다.


 3월 첫 달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  "내가 이제껏 너무 편안한 생활을 하며 살아왔나?, 정말 살아가는 현실이 이렇다고?" 의문에 의문을 낳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른 가치관이 밀접되어 있는 이 좁은 공간에서 나의 생각은 무시되기 일수였으며, 이해되지 않는 규율, 규칙이 나를 옥죄었다. 이마 한쪽에는 작은 탈모도 생겨났다. 이런 삶이라면 별로 인생에 기대가 되지 않았다. 언제나 혼자 있고 싶었다. 친구들도, 가족도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제발 일주일만 혼자만 있고 싶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진리인 듯이 그런 힘든 시기도 지나가는 지나간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나름대로 적응해 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안도를 한다. 


쉽게 적응한 것은 아니다. 직장인이라는 삶을 공감받기 위해 책, 영상, 조언 아낌없이 찾아봤다. 다 그렇다는 걸 눈으로 귀로 감정으로 느껴야만이 해결될 것 같다는 조바심이 강했다. 아직까지는 일요일 아침에 유치원에 출근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깨나고 있지만 처음이니까 느끼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인정하기까지는 무수한 연습이 필요했다.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듣는 연수에는 아직도 불평불만이 있다. 배우고 싶은 연수가 아니라 들으라고 해서 듣는 이 강압적인 연수를 주말에 듣고 있잖아 그냥 화만 난다.


'교사가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아교육과를 나온 교사라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귀 따가울 정도로 들었던 문장일 것이다. 교육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가, 놀이 중심, 유아중심으로 교육과정이 바뀐 이 시점에서는 가르칠 것 인가보다는 어떤 경험을 제공해줄 것인가가 더 어울릴 것 같지만, 그만큼 올바른 교육관을 가지고 있어야만이 교사로서 올바른 교육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교육관은 내가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나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하려면 자발성이 필요하다. 28년이 라는 짧은 인생 경험을 해보니, 특별한 경험은 행동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우연히 오는 경험은 쉽게 잊힌다. 색다른, 놀라운, 신기한 경험은 자발적인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발성은 자율성에서 나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배우고 싶어서, 내가 멋있고 싶어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누가 하라고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었을 때다.


내 가치관의 의사는 존중받지 못한 체 강압적인 이 연수는 결굴 반감만을 만들어버렸다. 내가 배워보고 싶어서 교사로서 장착하고 싶은 가치관이라면 이 교육적 내용이 좋은 교육방안으로 왔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수동적이고 현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이라는 편견을 만들어 버렸다. 


비굴하지만 입으로 내뱉지 못할 비판적인 사고를 머릿속으로만 상상해본다. 원장 선생님에게 

"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그 교육이 과연 유아들 위한 교육일지 의문이 듭니다."만을 수십 번 생각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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