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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정 Jun 28. 2024

고향

고향을 떠나 느낀 고향의 특별함

올해로 20살이 된 나는 대학에 합격했고, 난생처음 긴 시간동안 집을 떠나게 되었다. 20년 인생 동안 단 한 번도 이사라는 것을 가본 적 없는 내가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기숙사에는 2명의 친구가 있었고,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었다. 대학 사람들도 마찬가지. 덕분에 나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가끔 고향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학에서의 삶이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다. 그 덕에 굳이 집에 자주 가지는 않았다. 고향에 가지 않아도 친구들이 있고, 학내 신문사의 동료들이 있고, 광역시라는 큰 도시의 번화가가 주는 짜릿함이 있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집에 가는 것을 미루던 나는, 중간고사 이후 잠깐의 휴식을 갖고자 고향으로 떠나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정말이지 하나도 달라진 것 없는 고향의 모습에 지루할 지경이었다. 곧바로 집에 가서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을 먹고, 집에서의 안락함을 즐기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나는 11시가 되어서야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소화나 시킬 겸 간단히 집앞을 산책했다. 처음에는 잠깐 걷다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걸을수록 보이는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고, 어느새 1시간 넘게 걷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교가 끝난 후 교복을 걸친 채 침이 튀기도록 떠들던 카페, 수능 최저를 맞춰보겠다고 종일 틀어박혔던 독서실, 등굣길과 하굣길, 돌아가신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까지...


20년 넘게 살던 동네를 다시 돌아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에 편안함이 느껴졌다. 대학에서 느끼던 즐거움과는 다른 행복함이었다. 의미가 퇴색되었다지만 대학은 학문과 열정의 공간이고, 학생에게 끊임없이 나아갈 용기와 지식을 길러주는 진보의 공간이다. 반면 고향은 그다지 재밌는 공간은 아니다. 오히려 20대의 청년이 느끼기에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 개월만에 돌아온 이곳은 내게 안락함과 편안함을 선사해 주었다. 이틀 동안의 짧은 머무름이었지만 충분한 휴식이라고 느낄 정도로. 기숙사로 돌아간 나는 다시 대학 생활에 집중했고, 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 대학에서의 삶은 여전히 즐거웠다. 그러나 대학에서 내가 고향에서 느꼈던 정겨움, 그로부터 느껴지는 편안함이 없었다.


아무리 20살이라지만, 고향의 정겨움은 나로 하여금 그곳을 좋아하게 한다. 더 큰 세상을 마주하며 힘든 일이 있을 때, 돌아가고 싶은 곳은 언제나 고향이었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아픔도 잔뜩 겪을 것이다. 나아갈수록 세상이 주는 고통에 도망치고 싶을 때, 우리가 삶을 시작했던 곳을 떠올리며 다시금 정진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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