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는 파리에서 기차로 3시간을 달려서 도착하는 작은 마을이다. 독일과 경계에 있어 독일풍 집들이 제법 있다. 동네가 아기자기해서, 있다 보면 마치 동화마을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TV 프로그램 '꽃보다 할아버지'에 나온 적이 있어 유명해졌다.
스트라스부르에는 이렇다 할 관광지가 있진 않다. 그냥 동네를 구경하면서 예쁜 마을의 분위기를 체험하는 게 전부다. 걷다 보니 작은 성당에 다다랐다. 입구에는 성당에 대해 설명하는 리플릿이 있었다. 유럽에 늘 있는 영어, 해당국가의 언어인 프랑스어 등 라틴계열 언어 5개가 지원됐다. 그런데 그 옆에, 생뚱맞게 한국어 리플릿이 있는 거다! 보통 중국어와 일본어 안내문은 있을지언정, 한국어는 없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반대로 유일한 아시아권 언어로 한국어 유인물이 떡하니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 집어 들었는데, 뭔가 다른 언어의 리플릿과는 다르다. 한국어 리플릿은 손글씨로 만들어졌다. 아, 한국사람 누군가가 손으로 직접 수제 리플릿을 만들었구나.
누가 이 리플릿을 손글씨로 적었을까. 영문 또는 불문 리플릿을 보고 한국어로 번역한 후, 성당에 드리면서 '이걸 복사해서 한국인에게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을까.
어떻게 만들어진 리플릿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만든 사람은 뭘 해도 잘될 사람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껴도 순간적인 감정에 그친다. 불편함을 고치거나, 이걸 서비스로 만들어서 편익을 만들어내는 생각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비범한 사람들이 갈린다. 요즘 성공한 스타트업들을 보면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회사들이다. 공유택시, 배달서비스가 그렇다. 사업이 아니더라도, 성당에 한국어 안내문을 만들 생각을 한 사람은 뭘 해도 잘 살 거 같다. 나 같은 범인들은 그의 발상이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 되지 않을까. 불평과 불만에서 그치지 않는 사람. 내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렇게 잊으면 안 되는 성당이 생겼다. 그런데 성당의 이름도, 외관도 이미 잊은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