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숙소에 가는 방법부터 쉽지 않았다. 구글 맵이 있으면 바로 찾아갈 수 있으련만. JR 우구이스다니 역에서 도보 10분 남짓인 숙소를 지척에 두고 40분을 헤맸다. 숙소를 찾고 나서 얼마나 황당했던지. 숙소 근처를 20분을 서성이다니. '그 바로 옆길이라고 이 사람아'라고 과거의 나에게 소리치고 싶다.
식당을 가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내가 이전 도쿄여행 때 갔었던 츠케멘집을 가고 싶어서 앞장을 섰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집은 꼭 가야 했다. 너무 맛있었거든. 더군다나 한국에는 제대로 된 츠케멘을 파는 식당 자체가 얼마 없어서 평소에 먹기 힘들다. 신주쿠 시내에서 그 츠케멘집을 찾느라 한 시간을 허비했다. 같은 블록을 수없이 걷다 보니 얼마나 친구에게 미안하던지. 결국 친구의 무릎이 탈이 났다. 절뚝거리면서 츠케멘 집을 들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만 믿고 몸만 온 친구였는데, 불필요한 고생을 시켜서 미안했다.
얼마 전 그때 동행했던 친구와 대화를 했는데, 과거 여행이 이야기 소재로 떠올랐다.
"야, 그 츠케멘집 있잖아. 야스베에. 나 그 집 또 갔다 왔다."
"거기 맛있지. 우리 그때 식당을 못 찾아서 40분 길에서 고생한 거 기억나?"
"그렇지. 신주쿠에서 식당 찾느라 헤매었잖아. 그런데 그게 40분이었어? 그렇게 오래 걸렸나?"
"기억 안 나? 우리 데이터 유심도 없이 도쿄 갔잖아."
"아 진짜? 그러면 어떻게 여행했지?"
놀랍게도 친구는 인터넷 없이 여행한 걸 기억 못 했다. 미안한 건 나뿐이었고, 친구는 별 생각이 없었나 보다. 친구는 그때의 추억을 이어갔다.
"우리 그때 도쿄 갔었던 게 벌써 8년 전이잖아. 그런데 이상하게 다 기억나. 숙소 이름은 '오크 호스텔 젠'이었어. 그 숙소 근처에 있었던 닭꼬치집. 그 집은 우리가 두 번이나 갔잖아. 그리고 아침밥 먹었던 카레라이스 집. 아직도 있으려나."
"닭꼬치 집 거기 고독한 미식가도 다녀갔더라. '토리츠바키'라고 구글에 검색해보면 나와."
그때 헤맸던 동네는 유난히 더 기억이 난다. 헷갈려서 여러 번 드나들었던 골목길마저도. 나도 친구도 그랬다. 핸드폰을 보는 대신, 동네 간판과 길을 유심히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성취한 건 오래 기억하나 보다. 그러니까 계획대로 안된다고 너무 좌절하지 말거라. 훗날 더 큰 기쁨을 누릴 터이니. 더 오래 기억할 것이니.
아날로그 여행이 더 깊게 추억이 되긴 하지만, 두 번 다시 재현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