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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야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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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룰루 Oct 11. 2022

시험은 코 앞인데 갈 길은 구만리

신규 야학 선생님들의 고충

시험은 코 앞인데 갈 길은 구만리

 중등반, 고등반 신규 선생님들이 한 달쯤 지나서 하는 토로가 있다. 학생들의 현 수준과 시험 범위 사이에서의 고민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는 늘 숙제처럼 따라오는 선생님들의 고민이다.


 "영어 글 읽기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파닉스를 잘 모르세요. 영어를 읽으실 줄 모르는데, 진도를 나가도 될지 고민이에요.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따라올 수 있을까요? 시험날은 다가오는데, 솔직히 학생분들 기초 수준과 학습 속도는 도저히 합격이 어려워요."


 "과학수업을 하는데 1000/20를 못하세요. 과학 내용을 알려드려도, 숫자 계산이 힘드시니 문제를 맞힐 수가 없어요."


 "고등반 학생분들인데, 수학 수준은 초등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수분해 수업을 해야 하는데, 곱하기를 어려워하셔서... 계산 연습을 해야 할지, 시험을 위한 진도를 나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마다 각자의 목표나 꿈을 가지고 왔을 텐데, 초반부터 수업이 녹록지 않으니 당연히 좌절할 수도 있다. 시험날은 다가오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의 조바심과 막막함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테랑 선생님과 신규 선생님을 같이 배치하도록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고민들이 아예 없어지진 않는다. 사실 이런 고민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내가 만약 조언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 당시 상황에 맞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전달할 뿐이다. '나라면 이렇게 수업을 할 것 같지만, 선생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정도로 조언을 드린다. 정답은 결국 교실에 있다. 난 그저 신규 선생님들의 결정을 존중할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고민해주는 선생님이 있는 학생들이 부럽다. 과거에 내 진로 고민에는 나만큼 고민해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깐. 나도 대학생 때 지금 학생분들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it 기업에 취직하고 싶었지만 준비한 것은 없었다. 전공도 컴퓨터 공학과 전혀 연관이 없었는 데다, it 쪽으로 진출한 선배도 거의 없었다. 그때 우리 신규 선생님들처럼 나의 목표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덜 막연했겠다.


 지금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라고 평생 못하라는 법은 없다. 나도 치열한 취준생 기간을 거쳐 목표로 했던 회사에 취업했다. 우리 학생분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우리 야학에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졸업을 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다.


 검정고시 날 아침에 어떤 학생분이 남편분과 했던 통화내용이 생각난다.


 "여보, 나 오늘 밖에 있을 거거든. 국 끓여놨으니까 그거랑 점심 챙겨 드셔. 오후까지 연락 안 될 건데 걱정하지 말고."


 이 학생분은 아마 합격할 리 없다고 생각하시고 차마 시험날이라고 말하지도 못하셨나 보다. 취준생 시절 나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는 이 회사를 목표로 한다고 말하지도 못했었다. 주변 사람들이 '네가 되겠어?'라고 속으로 생각할까 봐 속으로만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막연하겠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불가능한 목표더라도,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다 보면 목표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나 같은 기존 교사들이 도와드리기 위해 노력할 테니, 부디 신규 샘들이 힘을 내서 수업하셨으면 좋겠다. 신입교사분들 파이팅! 학생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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