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찾아 삼만리
나 홀로 중국에 왔다.
처음 정착하게 된 아파트는 이름부터 참 낯설었다.
5글자로 된 아파트였는데, 중국어 초보였던 내겐 마치 50자처럼 느껴졌다.
하루는 한인타운에서 곰탕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가시나요?"
내가 사는 아파트이름을 중국어로 떠듬떠듬 말했다.
"000..00.. 아파트요"
"뭐라고요(션머 什么)?"
"00000 아파트요!!"
"뭐라고요(션머 什么)?"
"00000 아파트인데...."
"뭐라고요(션머 什么)?"
목소리에 높낮이를 실어보기도 하고, 크게 말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뭐라고요(션머)?' 메아리였다. 결국, 나는 그 택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택시에 올랐지만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고 결국 집에 터덜터덜 걸어왔다.
귓가에 모기가 앵앵거리듯 '션~~~머'소리가 맴돌았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휴대폰에 아파트 이름을 저장해 둘걸...'
대책이 필요하다
다시 택시를 타게 되었다.
이번에는 미리 핸드폰에 아파트명을 저장해 두었기에 안심이 되었다.
"어디로 가시나요?"
자신 있게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아파트 이름을 보여드렸다.
그러나 웬걸!?
나이가 지긋한 택시 기사님은 중국어를 읽지 못하신다는 것인지, 눈이 침침해 잘 안 보인다는 것인지 손을 휘휘 내저으셨다. 결국 이번에도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 탈 때마다 이 난관을 겪으니 다른 대책을 찾아야 했다.
힐튼과의 첫 눈 맞춤
아파트를 올려다보다 아파트 옆 힐튼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힐튼 호텔을 목적지로 말하면 택시 기사님께서 알아들으실까?'
번역 앱에서 '힐튼 호텔'을 중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검색했다.
'힐튼(Hilton)은 중국어로, 씨얼뚠(希尔顿)...
호텔은, 지우디엔(酒店)...
그럼 힐튼 호텔은 중국어로, 씨얼뚠 지우디엔(希尔顿酒店)'
힐튼과의 첫 눈 맞춤 이후, 틈틈이 '씨얼뚠 지우디엔(힐튼 호텔)'을 성조에 맞게 연습했다.
힐(H)튼과 하(H)이파이브!
다시 택시를 타게 되었다.
긴장감이 내 몸을 감쌌다.
힐튼 호텔을 되뇌었다
'씨얼뚠 지우디엔(希尔顿酒店), 씨얼뚠 지우디엔(希尔顿酒店), 씨얼뚠 지우디엔(希尔顿酒店)...'
"어디로 가시나요?"
택시 기사님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힐튼 호텔(씨얼뚠 지우디엔)이요."
택시 안 공간을 나의 조심스러운 대답으로 메웠다.
"네~ 0000 도로에 있는 힐튼 호텔이죠?"
명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씨얼뚠 지우디엔이 들려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내가 말한 힐튼 호텔 앞에 도착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도 보였다.
'집을 찾아왔다!'
안도감이 몰려왔다. 감탄도 밀려왔다.
일렁거리는 눈물 위로 힐튼 호텔의 로고가 보였다.
그날의 H 로고는 나를 향해 하이파이브하는 손처럼 보였다. 싱긋 웃음이 나왔다.
낯선 중국 생활에 첫 보호자가 생겼다
힐튼 호텔의 로고 (출처: 힐튼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