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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 700개의 에피소드가 미리 생겼다

프롤로그 1화

01화 |프롤로그|힐튼 호텔이 내 집 이름이 된 사연 (brunch.co.kr)




중국 정착 6개월 후...


현지인 못지않게 자신 있게 발음할 수 있는 중국어가 생겼으니,

바로 '힐튼 호텔(씨얼뚠 지우디엔 希尔顿酒店 )'

반면, 아직도 내가 사는 아파트 이름은 입에 잘 붙지 않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내게 손 흔들던 너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 자신 있게 목적지를 말한다.

'힐튼 호텔 가주세요'

어느샌가 힐튼은 내 집이름이 되었다.


힐튼 호텔을 지나, 내가 사는 아파트로 가는 길목에서

무심코 호텔 로비를 보게 되었다.

홀에 설치된 조형물 하나가 어슴프레 보인다.

'내게 손짓하는 것 같은데? 어라, 환하게 미소도 짓잖아?'

마치 홀린 듯 호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내 손안에 파란색 룸키가 쥐어져 있었다.


호텔 객실키



삐빅~


룸키를 갖다 대니, 반짝반짝 윤이 나는 나무 문이 철컥 열린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객실이 빼꼼히 보인다.

푹신해 보이는 하얀 침구 위에는 수건으로 만들어진 귀여운 캐릭터가 살랑살랑 내게 인사한다.

그 뒤로, 램프 빛이 포근하게 안고 있는 책상보인다

야경 불빛을 머금어 반짝반짝 빛나는 소파도 보인다.  

침대 위에서 나를 반기는 Welcome 팻말과 수건으로 만든 캐릭터




호캉스? 북캉스!


소파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다, 가방 속에 잠들어 있던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지난달부터 한 귀퉁이를 접어두고 같은 페이지를 맴돌던 이다.


맥주 한 모금과 함께 책 한 페이지를 넘겼다. 세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책 속 세계에 빠져다.

집 한쪽 구석에 쌓인 빨래 더미, 뭐해먹지 걱정, 남아있는 일거리도 이곳에서는 희미해진다.

내게 보이는 것은 창문에 비친 실루엣과, 손에 들린 책 한 권뿐..


어린 시절 한 장면스쳐 지나갔다.


찬바람 불던 겨울날이었다

뜨끈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웠다.

왼편에는 귤이 가득 담긴 바구니가, 오른편에는 만화방에서 빌린 만화책 더미가 자리 잡고 있다.

새콤달콤 귤 한쪽을 우물우물 씹으며, 만화 속 세계에 빠져든다. 이 작은 방, 세상 모든 행복이 여기로 빨려 들어온 것 같다.


그때 그 행복감이 이 방안에도 스며들어 있다.


'호캉스, 말로만 들어봤지, 이런 기분이겠구나!

 책이라는 벗도 함께 왔으니 이건 바로 북(Book)캉스!'




덤으로 선물 받은 글캉스  


맥주에 취해, 야경에 취해, 오롯한 시간에 취해, 무의식 속 단어와 문장이 내 안에서 춤추기 시작한다. 책상 위 메모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 순간 글에 담아볼까?'


그렇게 「대륙의 힐튼 투숙일지문장을 시작했다. 서안(시안 西安)으로부터 시작해 실크로드를 개척한 한나라 장건과 같이, 힐튼로드를 개척하는 힐튼 내비게이터 부캐도 만들었다.

중국 전역에 700여 개의 힐튼 계열 호텔이 있다고 한다. 한 곳씩 방문하며 중국 대륙을 둘러보는 신나는 상상 해본다.


힐튼에 묵을 때마다 북캉스, 글캉스 에피소드를 투숙일지에 차곡차곡 담아둔다면,

타향살이가 끝날 즈음이야기 보따리상되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싱긋 웃음이 나온다.


'700개의 에피소드가 미리 생긴 것 같은... 이 배부른 기분은 뭐지!?'




힐비게이터의 실크로드-힐튼로드 개척기 시작합니다!
 중국에 위치한 700여 개의 힐튼 호텔 (출처: 힐튼 호텔 공식 홈페이지)




**호캉스: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것

**북캉스: 책을 읽으며 바캉스를 보내는 것

**글캉스: 글을 쓰며 바캉스를 보내는 것

**장건: 중국 한나라 때 외교관이자, 여행가로 실크로드의 개척에 중대한 공헌을 하여 실크로드의 아버지라 불린다. 

** 대문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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