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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야옹이 보러, 호텔 갈래?

#초심자 코스 #고양이 #힐튼 호텔 #유기묘

동물과 늘 함께였던 나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어릴 때부터 여러 동물들을 키워보았다.

애교 덩어리 강아지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학교 앞에서 구입한 병아리를, 닭이 될 때까지 키워보기도 하고,

5마리로 시작한 금붕어가 100여 마리가 될 때까지 키워보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난 거북이를(그 거북이가 어떻게 우리 집 앞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돌보다가, 용머리 축제가 열리던 날 바다로 돌려보내기도 하고,

냥집사가 되어 고양이의 밀당 기술을 내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없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했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나에게

유기묘와 길고양이들이 힐튼 호텔에서 오손도손 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냥이에게 받은 힐튼 초대장


불산(포샨 佛山)에 위치한 힐튼 호텔 내부에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가슴아픈 사연을 지닌 고양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유리문 너머 고양이들이 보인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어볼까? 




묘생 2회차 - 그들 저마다의 사연들


이 호텔에는 고양이를 구조하는 전담팀이 있다.

이 팀에 의해 구조된 고양이들은 검사와 치료를 받고, 보살핌을 받다가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이 되는데...

이미 만 마리가 넘는 길고양이와 유기묘들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주인을 만나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캣하우스의 양쪽 벽면에는 고양이들이 이곳으로 오기 전 사연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사연들을 읽다 보니 가슴이 울컥했다. 어떻게 그 시련을 이겨냈을까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들은 힘들었던 과거를 극복하고, 행복한 묘생 2회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을?




나는야 묘반장


캣타워에서 잠을 즐기는 그녀! 이곳의 반장이라고 한다.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고양이 유치원의 묘반장




내 이름은 장수, 내 희망은 장수무강(!?)


'장수(长命)'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있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던 길고양이였다.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던 장수는 사람이 던진 작살을 맞게 되는데... 오른쪽 눈을 찌른 작살은 뇌신경까지 파고들었고 목숨이 위태로웠다.

구조팀이 장수를 만났을 때, 그는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고 얼굴 전체가 고름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장수 : 나는 세번의 힘든 수술을 받았어. 정말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이었지. 하지만 꼭 살아내겠다는 의지로 모두 이겨냈어.


내 이름처럼, 나의 소망은 장수무강이야! (앗, 만수무강이던가!?)  


건강을 찾아가고 있는 장수의 모습




일잘러, 그녀


충묘화(忠猫花花)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있다.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최고의 포즈를 취해주는 그녀다.


충묘화의 주인이었던 할아버지는 2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가족들은 모두 외지에서 일을 하고 있어 얼굴 보기가 힘들었고, 외로웠던 노인은 충묘화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충묘화: 할아버지는 내게 그 계절에 피는 예쁜 꽃과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주셨어.

매일매일 반얀나무 벤치에 예쁘게 앉아 할아버지가 오기를 기다렸었지. 


할아버지의 삶 속에는 늘 내가 있었고,

나의 묘생에서 할아버지는 봄여름가을겨울 같은 계절이었어.  


일 잘하는 그녀, 충묘화




내 이름은 황두목, 카리스마 끝판왕!


늠름한 자태와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지닌 황두목(황보스 黄老大)이라는 고양이!

하지만 공격력과 전투력은 거의 제로라는 사실! 사람이 쓰다듬어주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황두목: 나의 주인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투신했어. 그녀가 남긴 유서에는, 이곳 구조팀에서 나를 잘 돌봐주길 바란다는 말이 적혀 있었대. 그녀의 마지막 슬픈 표정은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이곳에서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있으면, 언젠가 주인이 다시 날 찾으러와 주지 않을까.

황두목의 늠름한 모습




철학적 몽상가, 희망이


그녀의 이름은 희망(希希)이.

허공을 바라보며 몽상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녀의 표정은 속세의 번뇌를 모두 해탈한 듯 보인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


순순(顺顺)이는 2년 전 심하게 골절된 앞다리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앞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고 한다.


순순: 수술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기분이 너무 이상했어. 오른쪽 앞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너무 허전한 거야. 네 개의 다리 중 하나가 없어지고 세 개만 남았지. 걷는 데도 한참을 삐걱거렸어.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정말로.


나는 네 잎 클로버보다 세 잎 클로버를 더 사랑하는 냥이거든!



고양이들과 힐링의 시간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

그들이 내게 속삭였다.



지난날 험난한 비바람을 겪었더라도,
모두 과거형이야.
현재와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태양은 비바람의 흔적을 따뜻하게 말려줄 거야.  







번외 편



틱톡에서 라이브쇼도 진행한다고 한다. 유명인으로 제2의 묘생을 살고 있는 그들!






불산(포샨 佛山)의 힐튼 호텔

Hilton Foshan  佛山希尔顿酒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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