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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강국, 중국에서 2년 동안 탁구를 배웠더니...

소림탁구

무림의 고수


중국에서 탁구를 배우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광경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에는, 곳곳에 탁구대가 설치되어 있다.

어느 날, 탁구대 옆을 지나다가 두 할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헐렁한 반바지와 하얀색 런닝을 입은 두 분은 60대에서 많아야 70대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탁구를 치시나 보다'하며 무심히 지나치려 했는데,

가만 보니 그들의 폼과 자세가 평범하지 않았다.

어릴 적 영화에서 보았던 취권 장면들이 떠올랐다.

무림의 고수들 같은 그들의 움직임은 느긋하면서도 재빨랐다.  

탁구공은 나비처럼 날아다니다가 상대방 쪽에 벌처럼 꽂혔다.

한 분은 강력하게 후려치시고,

슬리퍼를 신은 다른 한 분은 번개처럼 날아오는 공을 툭툭 다 받아치셨다.


어느새 목욕탕 의자처럼 생긴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그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아파트 1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수들의 탁구는 마치...  

미국의 길거리 농구,

브라질의 길거리 축구,

한국PC방에서 고수들의 스타크래프트 매치를 보는 것 같았다.

  

환호와 박수로 그들의 경기에 몰입했다.  

입을 벌리고 구경하는 내가 신기했는지, 한 분께서 탁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보셨다.

"아니요.. 탁구채 잡는 법도 모르는데요"

할아버지께서는 어릴 때부터 현재 80세가 될 때까지 탁구를 치셨다고 하시며,

친절하게 탁구의 기본기를 가르쳐주셨다.


나의 80세를 상상해 보았다.

'저렇게 펄펄 날아다니는 건강한 80세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날, 탁구장 레슨을 한다는 곳을 바로 찾아 나섰다.  

그렇게 나의 탁구 여정은 시작되었다. 



탁구 코치님과의 티키타카


중국인 코치님께 일주일에 한 번씩 탁구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어로 탁구를 배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서로가 가진 언어의 장벽은 스포츠 안에서는 그리 높지 않았다.

코치님의 제스처와 표정만으로도 대충 어떤 뜻인지 감이 오는 것 같았다.


코치님은 공이 잘 들어갈 때마다 중국어로

"漂亮!(아름답다)"

"真棒!(대단하다)"

“非常好!(아주 좋다)"

라고 격려를 해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코치님은 이러한 칭찬들을 한국어로 해주고 싶다고 하시며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쌍따봉 제스처를 하며 알려드렸다.

"대~~~~~~박"


코치님은 어감이 너무 재미있다고 하시며

이후로 모든 칭찬 뒤에 '대박'을 붙이기 시작하셨다.

어느샌가 '대박'은 탁구장 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 유행어가 되었다.

 



하루는 코치님들께서 서로 대화를 하시는데...

 

코치님 1 : (중국어로) 점심 주문 했어?

코치님 2 : (중국어로) 만두

코치님 1 : (쌍따봉을 하시며 한국어로) 대~~박!

코치님 2, 3, 4: 하하하


나, 한국어 잘 가르쳐 드린 것 맞겠지..? ^_^ ;;;;




2년 후 얼마나 변했을까


처음 탁구채를 잡았을 때 공을 제대로 맞추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런 내가 얼마나 변했을까


늘었다.

탁구 실력보다, 그 과정에서 인내와 끈기가 늘었다.


빨라졌다.

탁구공에 대한 반응 속도보다, 탁구 용어를 중국어로 들었을 때 이해 속도가 빨라졌다.


향상했다

탁구 기술보다, 공을 맞추는 즐거움과 탁구에 대한 열정으로 삶의 행복도가 향상했다.


탁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한층 더 넓어진 세계 안에서 인생의 성장을 배웠다.




다음 편


탁구 치기 좋은 힐튼 호텔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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