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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7. 2024
의사소통이 안되어 운수 좋은 날
중알못과 영알못의 만남
중국에 있는 힐튼 호텔에서 묵다보면 가끔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 해프닝이 일어날 때가 있다.
충칭 힐튼에 체크인을 하던 날이었다.
아침 9시 정도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얼리체크인을 해주셨다.
리셉션 직원분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직원: (중국어로)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 (영어로) 안녕하세요? 000으로 예약하였습니다.
영어를 듣고 직원분께서 당황스러워 하셨다.
직원: (영어로) 아... 죄송합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합니다.
나: (영어로) 괜찮아요. 저는 중국어를 잘 못하거든요
직원: (영어로) 천천히..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중알못(중국어 실력이 부족한 사람)과 영알못(영어실력이 부족한 사람)의 알쏭달쏭 대화가 시작되었다.
조식
체크인이 끝난 후
나: (영어로) 몇 시부터 조식을 먹을 수 있나요?
직원: (영어로) 아.. 조식..이요??
나: (중국어로 떠듬떠듬) 자오...찬..?? (早餐 조식)
직원분이 들으시고 한참을 망설이신다.
'내 발음이 틀렸나? 성조가 틀렸나?'
직원분과 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직원: (영어로) 네, 오늘 먹을 수 있습니다!
나: (영어로) 네!?
직원분이 번역앱에 중국어로 중얼중얼 말씀하셨고 번역앱에서 영어로 번역된 것을 보여주셨다.
번역앱: 특별히 오늘 조식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조식당에 말해둘게요. 지금 조식당에 가셔서 드시면 되겠습니다.
직원분께서 나의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직원분의 배려로 운 좋게 체크인 당일날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
오후가 되어 살짝 배고픔이 느껴질 때쯤 리셉션에 가서 여쭤보았다.
나: (영어로) 이 동네 주변에 충칭소면 맛있는 곳이 있을까요?
직원(영어로) 충칭소...?요?
나: (중국어로 떠듬떠듬) 총..칭..샤오..미엔 (重庆小面 중경소면)
직원:(영어로) 아~ 우리 호텔 식당에 있습니다.
나: (영어로) 호텔 주변 동네에는 없을까요?
직원: (영어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중국어로 다른 직원을 부르며) 이 손님 우리 호텔 00 식당으로 안내해 드려요
나: (영어로) 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냥 제가 찾아볼게요. 하하하 ^^;;
결국 호텔은 나와서 주변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한 골목에 사람들이 북적북적이는 곳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내가 찾던 충칭소면을 파는 곳이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소면을 한 그릇 주문했다.
한 입 먹어보니 엄청난 맛집이었다. 가격도 15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했다.
로컬 맛집을 운 좋게 찾아, 흡족하게 먹었다.
한 병이면 충분한데
객실에 구비된 생수를 다 마신 후 물이 더 먹고 싶었다.
컨시어지에 전화를 걸었다.
나: (중국어로) 저.. 물.. 1병이 필요한데요.
컨시어지: (중국어로) 네, 객실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생수가 온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 너무 놀랐다.
내가 생각한 생수 한 병
방으로 온 것은 생수 한 팩나는 한 병을 부탁드렸는데 방으로 배달된 것은 생수 한 팩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내가 잘못 말한 걸까?'
깜짝 놀라 휘휘 손을 저으며 배달해 주신 직원분께 다급하게 손가락으로 1을 보여드렸다.
직원분께서는 6병을 놓고 가시며 마음껏 마시라고 하셨다.
생수를 꿀꺽꿀꺽 마셨다.
'아~ 1병만 시켰으면 모자를 뻔했네!'
오히려 잘된 일 같아 허허 웃음이 나왔다.
따뜻한 온수처럼...
그날 저녁,
샤워를 하려고 욕실에 들어갔다가 벽에 부착된 안내문구를 보게 되었다.
한글로 번역된 부분을 보니, 체크인부터 물병까지의 일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 하루 종일 의사소통이 잘 안 되었는데도 왜 기분은 좋을까 궁금했는데 알 것 같았다.
의사소통은 잘 안되었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따뜻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신이 샤워 때 신중하게 슬라이딩샤워하며 신중하게 슬라이딩은 안 할게요~! ^0^
힐튼 충칭 Hilton Chongqing 重庆希尔顿酒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