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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수진 Sep 27. 2022

이탈리아엔 페퍼로니 피자가 없다?

우리가 알던 햄 피자는 무엇?

어쩌다 가끔 피자가 당길 때가 있지 않나요? 그만큼 우리 일상에 아까이 있는 음식, 피자.

그중에서도 짭짤한 둥근 햄이 올라간 페퍼로니(페페로니) 피자가 맛있고 먹기 간편하여 친숙한 피자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에는 페퍼로니 피자가 없다는 사실!

출처 : Dogtown Pizza

어느 날, 다음날 점심으로 피자를 먹기 위해 전날 저녁에 미리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시키고 배달이 오자마자 포장을 뜯어보지도 않고 곧바로 냉장고에 보관했더랬죠.

아무 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페퍼로니 피자를 시켰습니다. 머릿속엔 저 둥근 햄이 올라간 피자를 그리며 내뱉은 그 말이 문제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입니다.


다음날 점심이 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피자 박스를 열어보았는데,

햄 어디 갔나요?

도우 위에 한껏 올려진 파프리카를 보고 크나큰 실망을 했습니다. 잠들기 전에도 내일 피자 먹을 생각에 행복해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파프리카가 웬 말인지요.

배달 사고인가 싶었습니다. 이미 하루가 지난 상태라 항의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포장을 열어보지 않은 제 잘못도 있을 거란 생각에 식탁 앞에서 멍하니 피자만을 바라보고 있던 찰나, 떠오르는 한 가지.


이탈리아에서의 페페로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둥근 햄 페페로니/페퍼로니(Pepperoni)가 아니고 파프리카를 페페로니(Peperoni)라고 한다는 사실. 영어의 햄 페페로니와는 다르게 P가 하나 없고 강세도 살짝 다릅니다.

이탈리아에서 그 둥근 햄을 먹으려면 살라메 피칸테(Salame piccante) 혹은 살라미노 피칸테(Salamino piccante)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파프리카 피자를 주문하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둥근 햄이 올라간 그 피자를 이탈리아에서는 디아볼라 (Diavola)라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햄 페퍼로니는 이탈리아식 햄 살라미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식으로 재탄생한 것이고 미국식 피자에 익숙한 한국인 1이었던 저는 디아볼라라는 이름 대신 페페로니 피자라는 이름에 더 익숙했던 것입니다.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온 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이러한 글을 보게 됩니다.

스위스에서 페페로니 피자를 시켰는데 파프리카가 올라간 피자가 나왔지만 배가 고파서 주는 대로 먹었고 맛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게시물을 보자마자 얼른 답장을 보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페페로니는 파프리카를 뜻한다, 피자 가게 아저씨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니고 제대로 준 것이라는 말을 하니 친구도 그제야 알았다는 듯 답장이 오더라고요.

피자 종류가 너무 많아서 안전하게 페퍼로니 피자를 시킨 친구와 "오우~페퍼로니~" 하면서 주문을 받았다던 아저씨와의 컬래버레이션.

이를 통해 적어도 다른 나라에서도 페퍼로니 피자가 아닌 디아볼라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미국식 피자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디아볼라라는 이름의 피자를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수없이 디아볼라 피자를 먹어왔지만 순식간에 파프리카 피자를 주문하는 저처럼요.


이탈리아에서 그 피자를 먹고 싶으시면

디아볼라를 외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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