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스트레스는 나의 가장 비싼 부업이었다.

2. 명예보다 현금, 나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by 무념

부 와 명예. 어느 것이 더 우선되는 가치인가.


나의 경우에는 전자이다.


나보다 어리고 회사에 늦게 들어온 후배들에게 승진이 밀리고 지시받고 따르는 상황은 그 어느 누구라도 달갑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회사에 실망하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매일 구인사이트를 뒤적거렸다. 일의 힘들고 쉽고를 떠나 대기업에서 적지 않은 급여를 받고 있던지라 다른 회사들에서 제시하는 금액이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옛 말에 '대갓집 머슴이 작은집 도련님보다 낫다'라고 했다. 여태까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작은 복지조차 축소되고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크게 다가왔다. 나는 아직도 회사에 대한 서운한 마음보다는 현실을 바꿔보려는 용기를 내는데 주저하고 있었다.


정기인사가 한 번 두 번 지나가고 승진이 한 해 두 해 밀려 이제는 동기들 대비 얼마나 늦었는지도 가늠이 어려워지던 어느 정기인사 날, 나는 여느 때처럼 또 누락되었고 이제는 마음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40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이직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이며 어떤 처우와 얼마의 급여를 받게 될까. 현직장에 남아서 평생 이 직급대로 머문다면 나에겐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를 빈 종이에 덤덤한 마음으로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위로 나아가야 할 적절한 시기에 나아가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강하게 나를 짓눌러왔던 것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향한 두려움과 월급 실수령액 감소로 인해 달라질 현실들이 쉽게 펜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나는 한 시간 이상 종이 한 장과 마주하고 앉아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나는 명예와 실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보았다. 현재 나이와 앞으로 정년퇴직까지의 남은 기간으로 계산하는 경우 현회사와 이직한 회사에서의 연봉 차액은 현회사에 계속 재직한다 가정했을 때 몇 년분에 해당되며 혹시 공무원이 되어 평생 연금을 받는다면 계산이 어떻게 되는지, 높은 직급으로 갈수록 수반되는 책임감과 스트레스 대신 대리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이 갖는 책임감과 안정감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승진 경쟁에 참여하는데 드는 정신적 시간적 건강적 에너지를 모두 거래비용이라 생각했을 때 그 비용 대비 얻는 명예의 가치는 어떠한지, 현회사와 이직회사에서의 인간관계로 내가 받게 될 정신적 물리적 스트레스 등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려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명예보다 현금을 택하기로 했다.


내 결정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요인은 가족이었다. 두 아이의 아빠인 나는 1원이라도 더 많이 벌어서 내 배우자와 내 아이들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더 윤택한 생활을 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결정적으로 이런 판단을 하게 하였다. 가령 내가 이직하여 새 회사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지금의 사람을 갈아 넣는 회사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도 적게 받는 대신 월급이 지금의 반으로 줄어들어 금전적 제약이 좀 더 많아지는 가정을 영위해야 한다면? 이라고 생각이 들자 이런 양상은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아님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모든 아빠들이 그렇게 살고 있겠지만 차라리 내가 견디고 내가 감내하여 내 가족에게는 더 좋은 걸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나에게는 절대적이었고 향후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시간낭비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 회사에 남기로 마음먹었다면 이 안에서의 활로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는 이 회사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기로 과감히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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