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한 장면
크르릉, 킁.
천둥이 침대칸을 내리치는 듯한 소리에 얼핏 잠들었던 선잠이 깼다. 동시에 몇 사람이 숨을 들이켰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커튼을 젖혔다. 그러나 창밖은 고요했다. 번개도, 폭우도 없었다. 소리는 하늘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나왔다. 침대칸 위층, 산적 닮은 남자의 코골이였다. 인도의 밤 기차는 낭만보다 먼저 현실적이다.
인도의 우등석 밤 기차 침대칸은 의외로 쾌적했다. 일정한 흐름으로 나오는 에어컨 바람, 막 교체한 듯한 흰 시트와 베개는 먼 길에 지친 여행자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잠들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불교대학 졸업여행으로 인도에서 공부한 스님을 모시고 인도 성지순례에 나선 일행이었다. 북인도에서 남인도까지 이어지는 14박 15일 긴 여정으로 오늘은 다섯째 밤, 바라나시에서 아그라 붉은 성으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두 층으로 포개진 침대칸에서 각자 번호를 찾아 짐을 정리하는 동안, 연착과 혼잡함으로 악명 높은 인도 밤 기차를 탄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설렘이 여행의 긴장감을 채웠다. 덜컹거리며 출발한 저녁 기차는 곧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다음 역에서 정차하자 덩치가 큰 남자가 바로 옆 좌석 위층에 올랐다. 커다란 밤색 터번을 둥글게 감은 머리, 얼굴을 덮을 만큼 풍성한 턱수염. 낯선 나라의 낯선 밤, 기차 안 낯선 얼굴 하나가 더해지자, 풍경은 순식간에 긴장으로 바뀌었다.
우리 일행 중 A는 나라를 가리지 않고 몸짓과 짧은 영어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재주가 있다. 그는 스리랑카 출신으로, 인도에 취업하여 일하고 있으며 출장 후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곰처럼 큰 체격과 달리 말투는 부드러웠고, 우리는 금세 간식을 나누며 인사를 나눴다. 기차는 덜컹거렸고, 창밖의 어둠은 바다처럼 깊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약식 세면대 앞에 줄을 서서 씻는다. 로션과 크림을 꺼내 들고 저녁 기초화장에 분주했다. 그 모습을 보던 스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얼굴에 뭘 그리 많이 바르냐.”
타박이라기보다는, 신기한 듯 세상사를 내려다보는 관용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불을 끄고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처음 타보는 침대칸의 밤이 신기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베개, 이불 두 채. 조절되지 않는 에어컨은 밤새 차가웠고, 우리는 긴소매를 꺼내 입었다.
잠들 무렵, 천둥 같은 소리.
이번에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옆 라인 위층, 그는 스리랑카 남자의 코골이였다. 탱크가 지나가는 듯한 굉음은 어느새 산에서 내려오는 큰 짐승의 울음처럼 변했고, 우리는 잠을 포기한 채 그 소리와 함께 밤을 건넜다.
인도 침대 기차는 AC와 SL(에어컨이 있고 없고)로 나뉜다. 우리는 커튼이 달린 2A 칸이었다. 커튼을 내리자 아늑한 프라이빗한 공간 하나가 생겼고, 그 안에서 각자의 밤이 조용히 흐른다.
새벽녘, 보온병에 물을 담으러 식당칸으로 향했다. 일반실 객실 문을 여는 순간, 뜨거운 습기와 퀴퀴한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일반실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지친 얼굴들이 서로에게 매달린 채 흔들리고 있다. 온수를 얻을 수 있는 조리 칸은 수증기와 식재료들로 어수선했고, 맨발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행자의 감각으로는 쉽게 감당하기 어려웠다. 같은 기차 안이지만, 세계는 분명히 나뉘어 있었다.
아침 여섯 시, “짜이!”를 외치며 차를 판다. 머리는 커다란 터번을 두르고 체격은 마르고 눈빛만 반짝이는 왜소한 청년이 커다란 보온병과 컵을 들고 있다. 스님께서 한 잔씩 사주셨다. 홍차에 우유, 생강과 시나몬을 넣어 끓인 짜이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밤새 에어컨 바람에 상한 목을 천천히 풀어주었다. 따뜻한 잔을 손에 쥐자, 낯선 인도라는 나라의 여행일정이 비로소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인도는 법적으로는 차별을 금지하지만, 카스트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우등석과 일반석의 틈은 생각보다 컸다. 여행하기 좋다는 건기(12월에서 2월)였지만 안개는 짙었고, 빈부의 차이는 그보다 더 짙은 장벽이 있었다.
처음으로 경험한 인도의 침대 기차는 다양한 사람들과 외관상 보이는 모든 것이 특별했다.
쾌적한 침대칸과 그 너머의 현실, 웃음과 코골이, 차가운 에어컨과 따뜻한 짜이. 모든 대비가 기차 속의 한 풍경으로 겹쳐졌다. 기차는 멈추지 않고 달렸고, 나는 그 안에서 고대 문명 인도의 숨결을, 여행자가 느끼는 삶의 진실을 눈 맞춤으로 조용히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