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설적 글쓰기에 대하여

12주 차 기초반 수업을 마치며

by 수련

브런치 작가로(2024.12.16) 승인받았다는 알림을 받았을 때 나는 잠시 들떠있었다. 매주 수요일, 에세이를 발행하겠다는 다짐도 그때 함께 세웠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글로 옮기는 일은 처음엔 흥미롭고 성실했지만, 곧 버거워졌다.


무엇보다도 내가 쓰는 글이 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쓰기에 필요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책은 일상생활의 우선순위에서 자주 밀려났다. 글쓰기에 대한 갈증은 커졌고, 매주 발행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어느새 스트레스로 변해 있었다.

지난해 10월 정윤 작가의 글방에서 "당신도 신춘문예 작가가 될 수 있"라는 문장을 보았다. 커리큘럼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생활 에세이를 간신히 이어가던 내게 소설은 아직 먼 이야기였고, 문학적 소질이라는 말 앞에서는 늘 주춤했다. 수업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늦게 들어와도 괜찮다’라는 말이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소설 기초 글쓰기' 반에 발을 들였다.


수업을 따라가며 다른 수강생들의 글을 읽는 일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잘 쓴 글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 앞에서 주눅이 들기보다, 오히려 감탄이 먼저 나왔다. 에세이는 나의 체험을 토대로 기억을 되살려 비교적 쉽게 쓸 수 있었지만, 소설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작업이라는 것도 그때 실감했다.

제1강 ‘나는 누구인가’를 쓰며 나는 오랜만에 나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작가승인을 받던 날의 설렘과 초심을 다시 끌어올리는 시간이었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기’에서는 사진 한 장을 앞에 두고 한 시간 동안 묘사만 하는 훈련을 했다. 냄새와 소리, 색을 불러오는 문장을 쓰며 감각이 문장의 뿌리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간결하게 쓰는 힘, 감정을 장면으로 드러내는 법, 도입부 한 문장이 독자를 붙잡는 방식, 계절과 날씨로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까지. 매 차시의 과제는 쉽지 않았지만, 글을 쓰는 태도는 분명 달라지고 있었다. 12주 동안 나는 잘 쓰는 법보다 글을 읽으며 다르게 보는 법을 먼저 배웠다.

소설 쓰기 수업을 들으며 독서의 방식도 바뀌었다. 김애란『노크하지 않는 집』, 편혜영『호텔 창문』, 서하진『농담』 등의 단편소설을 찾아 읽으며 줄거리보다 문장을 보게 되었다.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눈이 갔다. 강렬한 문장은 메모했고, 묘사가 살아 있는 대목에서는 책장을 오래 붙들었다.


특히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다시 읽으며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김 첨지의 시선에 밀착한 서술,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인물의 성격, 작가의 관점이 얼마나 치밀하게 인물에 스며 있는지 새삼스럽게 느꼈다. 소설을 아직 쓰지는 못하지만, 읽는 눈은 분명 달라져 있다고 본다.

작년 가을에 시작한 수업은 새해 첫 주를 맞아 마무리되었다. 소설을 쓰는 일에 관심을 갖고 수준 높은 강의를 무료로 듣고, 12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과제를 제출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다. 조금 늦게 시작했고, 여전히 서툴지만, 끝까지 완주했다는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나는 도전의 아이콘이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쓰고, 다시 읽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느릴지언정 주저앉지 않겠다는 것, 멈추지 않겠다는 것. 이번 기초반 글쓰기 수업을 통해 발견한 ‘나의 소설적 글쓰기’는 바로 그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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