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의 AI시대 살아가기
지난 목요일, ‘AI도 감탄한 콘텐츠 제작소’라는 강좌에 참여했다.
시청은 학습관에서 활동하는 기획단이나 평생교육사를 대상으로 요즘 핫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했다.
한 줄의 질문이 이미지가 되고, 생각이 문장이 되어 펼쳐지는 순간을 바라보며 잠시 호흡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생성형 AI와 함께 고수되기, 질문의 기술, 프로그램 기획 및 SNS 포스팅 작성 실습 등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번 수업은 단순한 AI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살아온 세상이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강의실에는 40~50대 강사들과 은퇴한 몇몇 활동가 14명이 앉아 있다.
60대 중반인 내 또래는 많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수업을 따라가는 나에게 친절하고 젊은 강사가 건넨 미소와 엄지 척 하나가 용기를 건넨다.
나는 ‘컴퓨터 이민자 세대’다.
대학 졸업 후 1980년대 중반에 S사 홍보실에 근무할 때도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아 모든 업무는 수기로 했었다.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1994년, 아이들 초등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정보화 교실에서였다.
학교와 연계된 고려정보화 컴퓨터 학원에서 컴퓨터 전원을 부팅하는 법부터 아이디를 만드는 일까지 모든 것이 처음 접해보는 일이었다.
아이디를 만드는데 한참을 고민하다 좋아하던 배우 그레이스켈리의 이름을 떠올려 ‘Grace Kim’이라 적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름은 인터넷이란 낯선 바다 속에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첫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그때의 배움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메일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그 시절의 일상은 그것 없이도 충분히 돌아갔다.
10년이란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했다.
2015년, 시청 지하 강의실에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시민을 위한 정보화 프로그램이 무료로 개강되었다. Esc 키 하나를 빨리 찾지 못해 헤매고, 복사와 붙여 넣기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날들.
기초반을 세 번이나 반복하며 컴맹을 탈출하기 위해 느리지만 악전고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1년의 세월을 보내며 국가 공인 정보기술 자격시험에 도전했다. ITQ 네 과목(한글, 엑셀, PPT, 정보검색)에서 A등급을 받고 OA Master 인증서를 손에 쥐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참여하는 자신을 믿게 해 준 증거였다.
그 인증서는 결혼과 육아로 경력단절 여성이지만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늦은 나이에 공공기관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변모를 외면하지 않고 컴퓨터 배우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도 제일 잘한 것은 50대 중반, 그 시절 시청 지하 강의실로 매일 오전 10시 청강했던 일이다.
지금, 또 한 번 격변의 시대가 우리 앞에 와 있다.
인공지능시대.
이제는 컴퓨터를 넘어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모르면 불안한 시대를 넘어, 소통조차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AI는 놀라울 만큼 유능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때로는 그럴듯한 오류를 말하고, 사실과 다른 정보(할루시네이션)를 진실처럼 내놓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판단하고 걸러(filtering) 낼 수 있는 사용자의 안목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무지한 스승 글쓰기 반'의 모집 포스터를 제미나이를 이용하여 제작해 보았다.
글씨도 깨지지 않고 1분도 안되어 만들어졌다. 프롬프트 작성이 조금 느리긴 하지만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 조금만 연습하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2026년 60대 중반에 생성형 AI 기술을 배우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돌이켜보면 가장 정확한 타이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다." 배움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만 길을 내어줄 뿐이다.
AI를 모르면 AI에게 거부당할 수 있다. 앞으로 독거노인들이 휴머노이드(사람의 형태를 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로봇) 로봇과 함께 생활하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전깃불조차 없어 등잔불 켜고 생활했었다. 5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 손 안에서 벌어진다. 작은 휴대전화 하나면 전 세계의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고 은행 업무는 물론이고 주식을 실시간 사고, 팔고 식자재도 구입하고 못 하는 것이 없는 편리하고 좋은 시절이다. 지금이 인공지능을 배우기 딱 좋은 시절이다.
AI를 배제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걸어갈 동반자로 받아들이며 내 삶의 지혜와 경험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덧입히고 싶다. 노후에 은퇴자로 살아가는데 필수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금 느리지만 깊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 깊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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