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기념일이 몰려 있는 한국의 10월
나라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지정한 날, 국가기념일. 10월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기념일들이 많이 몰려 있는 달이다. 한국의 기념일과 더불어,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기념일은 뭐가 있을까?
대한민국의 한글날은 10월 9일 우리의 문자인 한글을 창제해 세상에 반포한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이다.
한글날이 제정된 때는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이다. 조선어연구회, 즉 한글학회가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이라고 하여 처음으로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 한글날의 시초이다. 일제에 국권을 침탈당하고 억압정책으로 인하여 위축되어 있던 민족정신을 되살리고 북돋우기 위하여 한글날을 제정하여 기념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여러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고루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르러 일정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한글이라는 글자가 동력원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호주의 피크닉데이는 호주 북쪽주의 공휴일로, 매년 8월 첫째 일요일에 열린다. 보통 피크닉 데이에 사람들은 연례 경주 행사에 참석하고, 라이딩, 바베큐, 춤추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피크닉 데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먼저, 1800년대 후반부터 북호주 철도에서 일하는 철도직원들은 애들레이드(Adelaide river) 강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유니언 피크닉 데이, 무역 피크닉 데이를 기념했고, 이것이 기원이 되어서 매년 피크닉 데이를 기념하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호주의 중부 지역에서는 하트 레인지(Hart Range)에서 열린 경주가 기원이라고 한다. 이 행사는 1946년 누가 가장 빠른 말을 가졌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약 1마일 경주를 했던 것에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계에는 인권을 지키기 위해 기념하는 날도 있다. 바로, 미국의 노예해방일(Juneteenth)과 캐나다의 오렌지 셔츠데이, 즉 진실과 화해의 날(National Day for Truth and Reconciliation)이다. 이 둘은 2021년 제정된 비교적 얼마 안 된 기념일이다.
미국의 노예해방일은 링컨 대통령이 님북전쟁 승리 이후 노예해방을 선언하고 2년 후 텍사스에서 마지막으로 노예 해방을 선포한 날인 1865년 6월 19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1863년 남북전쟁 이후 링컨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남부군이었고 상대적으로 고립된 지역이었던 텍사스 주에서는 노예 해방 소식을 바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2년이 지난후 텍사스에 들어온 연방군 장군 고든 그렝니저가 6월 19일에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하면서 미국에 남아있던 마지막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예 해방일은 노예 생활의 길고 힘든 밤과 다가오는 밝은 아침에 대한 약속을 동시에 상징한다”면서 “위대한 나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는다” 고 말했다.
캐나다의 오렌지 셔츠데이, 즉 진실과 화해의 날은 9월 30일 인디언 기숙학교 유적지에서 표식이 없는 매장지가 확인된후 진실을 직면하고 화해를 장려하고자 지정된 날이다.
캐나다 전역에서는 18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인디언 기숙학교 시스템이 운영되었다. 인디언 기숙학교는 표면상 학교일 뿐, 사실상 원주민 아동들을 가족 및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하고 그들의 전통, 관습 및 언어 등 문화를 체계적으로 박탈하기 위해서 운영되었다. 캐나다 전역의 원주미, 이누이트, 메티스족 어린이 15만명 이상이 강제로 수용되었고 많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원주민 학생들은 노동력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6,000여명 이상의 아이들이 질병, 학대, 임상실험,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
주황색 셔츠를 상징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살아남은 희생자 필리스 웹스테드(phylils Webstad)가 기숙학교를 가게 되어할머니가 오렌지색 셔츠를 사주었지만, 기숙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셔츠를 빼앗기고 다시는 그 셔츠를 입지 못했던 것을 기리며 시작되었다.
기숙학교 제도에 대한 인식과 교육, 기숙학교가 한 세기 이상 원주민 사회에 끼친 영향을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1년 캐나다 의회에 의해서 법정 공휴일로 승격되어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물론, 기념일로 삼는다고 있었던 모든 과거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는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잘못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대한민국의 개천절은 기원전 2333년 10월 3일에 단군이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리는 날로,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09년 나철을 중심으로 한 대종교가 10월 3일을 개천절로 명명하고 기념의식을 거행했고, 상해 임시정부에서도 개천절을 국경일로 경축했다. 해방 이후 1948년 개국기념일로 개천절 경축행사를 거행했고, 법률로 제정되어 대한민국의 기념일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분단되어 남북이 통일된 정부를 수립하지 못하고 따로 각각의 정권이 수립되어, 현 대한민국의 건국기념일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기원전 2333년으로 추정되는 민족의 기원을 기리는 개천절을 공휴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개천절처럼 민족의 기원이 되는 날을 기념일로 삼은 베트남의 훙왕 기념일(Hung Voung)도 있다. 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는 개천절과 달리, 훙왕 기념일은 왕조의 기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즉, 훙왕기념일은 특정한 1명의 왕이 아닌, 베트남 최초의 국가인 반랑국 건국에 공로를 세운 18명의 왕들에게 모두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수천 세대동안 훙왕 기념일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영적인 상징이 되었으며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과 민족의 위대한 단결을 보여준다. 천년이 넘는 기간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반랑국은 베트남 민족의 정신적 기원과 영적인 상징이 되었다.
훙왕 기념일에는 베트남 전통음식인 반쯩(대나무 잎에 싼 찹쌀밥), 반지어이(떡)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또한, 국가 주석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북부 푸토성 비엣찌시 훙왕 사원을 찾아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훙왕 기념일 재례식을 거행한다. 훙왕기념일 재례식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 자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극지방에서 겨울철에 해가 뜨지 않고 밤이 지속되는 현상, 극야. 극지방에서 여름철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 밤에 낮이 지속되는 현상, 백야. 북반구에 위치한 스웨덴과 핀란드는 겨울에는 극야, 여름에는 백야를 경험한다. 따라서, 우리들에게 익숙한 밤낮의 변화가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는 매우 소중하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6월에 하루의 해가 가장 긴 날인 하지를 기념한다. 앞으로 4개월 이상의 긴 겨울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하지를 기념하는 하지제는 일년 가운데 반갑고 유쾌한 날 중 하나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하지 축제는 매년 6월 19일에서 26일 사이의 주말에 열리는 전통 축제다. 하지 축제는 전세계에서 행해진지 오래된 여름행사로,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2대 축재로 꼽힌다. 하지제에 스웨덴 사람들은 민속 의상을 입고 머리에 화환을 두른채 밝은 햇빛을 즐기고 청어 절임 헤링(Herring)과 햇감자, 전통 술 스납스(snaps)를 맘껏 먹고 마신다. 하지축제의 상징인 미드솜마르스통 주변을 빙빙 돌며 춤추고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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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를 둘러보는 기념일 여행, 어땠나요? 앞으로도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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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 예코 윤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