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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CO Jan 13. 2024

해외 입양인 뿌리찾기 First Trip Home -2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가족과의 특별한 하루

해외입양인연대(G.O.A'.L.)의 해외 입양인 뿌리찾기 프로그램인 First Trip Home 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 YECCO.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태어나 국외로 입양된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그 가족들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우리 YECCO의 청년들은 입양인 분들이 가족을 찾고 출생지를 방문하는 일을 도왔으며 통역도 맡았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 3명이 이 여정에서 느꼈던 소중한 경험을 담아 글을 썼고, 매주 한 편씩 각기 그 이야기가 올라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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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드리는 카네이션

작성자: 김승연


“늘 꿈꿔왔던 순간이다”


가족들을 만난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어봤을 때, 그녀는 "늘 꿈꿔왔던 순간"이라고 답했다. Jamie 는 이미 전날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상태였고, 나와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으로 가서 함께 식사를 하는 일정이었다.


그날 내가 몸이 아파 걷기가 힘들어져 결국 중간에 나를 대신해줄 다른 봉사자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Jamie 가 지하철역 안에 있는 꽃집을 가리키며, 부모님께 꽃을 선물드리면 좋아하실지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불현듯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선물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얼른 Jamie 와 함께 꽃집에 들어가서 카네이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Jamie 는 파란 카네이션이 있는 꽃다발을 하나 샀다. 여정을 끝까지 함께할 수 없었지만, Jamie 가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전하면서 그 마음도 함께 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입양인에게 낳아준 부모를 다시 만나는 일이 어떤 감정을 들게 하는지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고,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늘 꿈꿔왔던 순간"이라고 말하는 Jamie 의 눈을 바라봤을 때, 나는 더 이상 그 감정이 궁금하기 보다는 이 여정을 온전히 걷고 있는 Jamie 의 모습만이 보였다. 사실, Jamie 처럼 가족과 연락이 닿아 만날 수 있었던 입양인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부모에 대한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동사무소나 학교를 찾아가도, 개인정보를 허가 없이 제공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여, 나는 Jamie 가 소중하게 여겼던 이 여정이 그녀의 삶에서 빛나는 순간으로 남기를 바라며 그녀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소중한 하루

작성자: 조하윤


나는 원래 다른 봉사자와 함께 마포주민센터에서 뿌리찾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Jamie의 담당 봉사자의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아져서 갑작스럽게 내가 Jamie와 팀이 되어 인천에 가게 되었다. 통역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 혼자인데다, Jamie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해서인지, 가는 길에는 걱정이 상당했는데, 막상 Jamie를 만나고 나니 걱정했던 마음이 나도 모르게 사라져있었다. Jamie는 굉장히 친절했고, 밝았으며, 배려심이 넘쳤다.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우리는 정말 좋은 메이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출구 쪽에서 Jamie의 둘째 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둘째 언니와 함께 택시를 타고,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으로 향했다. 집은 인천시장 안에 있는 횟집가게 위층에 있었고, Jamie 와 4살 차이가 나는 둘째 언니가 중학생이었을 때 이사와서부터 쭉 살았던 곳이라고 했다. 우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고 잡채를 만들었다. 어머니께서 Jamie와 함께 직접 잡채를 만들고 싶어서 잡채 재료까지 미리 다 준비해 놓으셨던 것이다. 다행히도 잡채를 함께 만들면서 어색했던 분위기는 점차 사라져 갔고, 서로의 입에 잡채를 넣어주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잡채를 다 만든 후에는, 거실에 작은 상을 펴고 다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상은 작았지만 어머니께서 준비하신 음식은 정말 많아서 상다리가 부러질 뻔했다. 음식 역시 굉장히 맛있었고, 다행히도 Jamie가 젓가락질을 할 줄 알아서 쉽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Jamie 의 어머니가 준비하신 점심식사. Jamie 가 가족들과 함께 준비한 잡채도 있다.

식사를 하며 서로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Jamie의 직업부터 시작해서 전공, 미국에 있는 가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Jamie의 어머니께서 그녀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당시에는 아들을 낳길 원하는 시대였는데, 넷째 딸인 Jamie를 낳을 때까지 아들은 한 번도 낳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러자, 넷째 딸까지는 키울 자신이 없다고 판단하신 부모님은 산부인과에서 Jamie를 낳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입양센터로 보냈다고 하셨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가족 중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본인의 어머니에게까지도 이 사실을 숨기고 계셨다. 그러다가 Jamie의 편지를 받게 되었고, 긴 고민 끝에 가족들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Jamie를 만나기로 결정하시게 되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혹여나 Jamie가 상처를 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통역을 하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내가 감히 함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예상외로 Jamie는 굉장히 덤덤하게 받아들였고, 미안해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깊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그녀가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족들에게조차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일을 고백하고, 만남을 결정하신 어머니에게서도 큰 용기가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후, 다섯째 남동생과 그분의 아내, 그리고 아들 둘이 Jamie를 만나러 왔다. 아이들이 와서 그런지 분위기가 더욱더 편안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가족들은 Jamie에게 인천을 소개해주고 싶어 하셨고, 다 함께 차를 타고 월미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범퍼카를 타게 되었는데 범퍼카를 타면서 서로 장난도 치자 진짜 이들이 가족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범퍼카를 신나게 타고 나서, 나는 다음 코스로 인생네컷을 추천해 드렸다. 가족이 다 함께 모였는데, 사진만큼 오래 남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하게 되었다. 사실 인생네컷은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사진관이어서 과연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가족이 함께 도란도란 서로에게 다양한 소품을 입혀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 Jamie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고, 그녀가 가족에게 둘러싸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 뭉클했다.


점차 베이스캠프인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인생네컷을 찍고 나서부터는 시간이 굉장히 촉박해져서 카페에서 빠르게 음료를 마시고, 인천역을 통해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둘째 언니가 함께 있었는데, 전철 안에서까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다시 만나서 가족으로서 함께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것을 같이 해보자는 소망도 있었다. 서로 미래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따뜻해지게 했다. 마지막으로 둘째 언니와 헤어지게 됐을 때, Jamie는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기쁨과, 슬픔, 반가움과 그리움이 모두 담겨 있었다. 옆에 있었던 나 역시 울컥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해외입양인연대의 뿌리찾기 프로그램인 First Trip Home은 나에게도 큰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다. 내가 그곳에서 유일하게 한국어와 영어를 둘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사실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잘못된 내용으로 통역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가족의 만남 앞에서 그다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언어가 달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통역이라는 것은 그저 아주 자그마한 도움이 되어주는 것일 뿐이었다. 그것이 내가 크게 느낀 것이었다.


나는 이번 여정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배웠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으며, 사람 하나하나 존엄한 존재임도 느꼈다. 또한, 해외로 입양을 나간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실제로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너무 다른 환경에서 서로 떨어져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만났을 때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해줄 수 있을만큼 연결된 사람들,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Jamie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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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 예코 조하윤,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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