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방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추억과 공감을, 80-90년대를 드라마로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제공했다.
지금과 너무나 다른 모습을 그려냈던 응답하라 1988 속 특징적인 80년대 모습을 살펴보고, 지난 40년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 한국을 함께 떠올려보자.
1. 88 서울올림픽
응답하라 1988 1화에서는 덕선이가 피켓걸로 올림픽에 참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우간다 피켓걸로 등장하는 성덕선(1화) (C)TVN 응답하라 1988 88 서울올림픽은 냉전체제를 끝내고 '화합과 전진'이라는 모토로 여러 국가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러한 의미를 강조하듯 '손에 손 잡고'가 주제가로 울려 퍼졌고, 개막식의 정적 속 등장한 굴렁쇠 소년은 평화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했다. 분단국가 한국이 평화의 공간으로 인식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2. 대학가요제
응답하라 1988 7화에서는 1988년 MBC 대학가요제 속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듣고 등장인물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곡 무한궤도의 그대에게(7화) (C)TVN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덕선이와 친구들이 그랬듯, '그대에게'는 실제로 심사위원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도입에서부터 큰 인상을 주어 결국 대상곡으로 선정되었다. 대학생들의 창작곡으로 꾸려진 대학가요제는, 배철수, 심수봉, 신해철, 전람회 등 수많은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었다.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라디오, TV의 모든 채널에서 생중계했고 40% 이상의 시청률을 자랑했다.
3. 도시락 문화
응답하라 1988에서는 친구들이 학교에서 도시락을 함께 나눠먹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친구들과 나눠먹는 점심 도시락 (C)TVN 응답하라 1988 2000년대 초반 급식이 전면 실시되기 전까지 학생들은 점심, 저녁 도시락을 같이 싸왔는데, 보온을 위해 양은 도시락을 난로 위에 쌓아두고 데워먹는 경우가 잦았다. 고기, 분홍소시지 등이 친구들 사이의 인기메뉴였다. 동룡, 정환, 선우가 그랬듯, 점심시간이 아닌 2-3교시 후 쉬는 시간에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이미 도시락을 먹는 경우도 많았다.
4. 물가 상승
80년대에는 라면이 100원, 짜장면이 700원, 시내버스 요금이 140원이었다.
시내버스(좌)와 분식집 가격표(우) (C)TVN 응답하라 1988 80년대 후반 물가 상승 전까지는 비교적 낮은 물가와 경제 수준을 유지했다. 석유파동 이후, 80년 중후반에 걸쳐 3저 호황으로 경제 성장과 함께 물가 상승이 이루어졌다. 노을이와 함께 TV를 보던 동일(아버지)이 담배 가격이 600원이나 올랐다고 투덜대는 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산업화로 서울시에 인구가 크게 증가해 80년대 중반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58%에 불과했으며 이로 인해 창고를 개조하거나 반지하 주택에서 사는 수도 적지 않았다. 80년대 말 주택 공급정책으로 주택보급률이 상승할 수 있었다.
5. 바둑 열풍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기사인 최택은 13세에 세계 최연소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리고 88년에는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바둑계의 신으로 불린다.
상하이 대첩 중 최택(좌) (C)TVN 응답하라 1988 과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 중 이창호 (C)스포츠서울 바둑계의 돌부처라는 별명을 가진 최택은 이창호 9단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이다. 실제로 이창호 9단은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고 대국 중에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하여 돌부처라는 별명이 있다. 그는 1989년 KBS 바둑왕전 우승으로 13세의 나이로 세계최연소 타이틀을 획득한다. 그리고 국제대회에서 22회 우승하며 최다우승을 이룬다. 드라마에 나오는 상하이 대첩은 농심 제6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생각할 수 있다. 이창호 9단은 당시 5연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창호 9단의 좋은 성과를 계기로 전국에 바둑 열풍이 불었다. 여러 바둑 전문 학원과 기원, 심지어 바둑학과가 생겼고 많은 학생들이 바둑을 배웠다. 그렇게 바둑은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는다.
6. 해외 스타들의 등장
라붐(좌) (C)La Boum 과 밀키스 광고(우) (C)TVN 응답하라 1988 영화 라붐 중 헤드폰을 키워 주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라붐'은 tv와 비디오 만으로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킨다. 그 후 주인공인 소피 마르소는 현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드봉 CF에 출연했다. 이 CF는 드봉 아르망의 매출을 업계 2위까지 올려 줄 정도로 여파가 컸다 이처럼 80년대에는 해외 스타들이 인기를 끌며 외국인 배우들이 CF에 출연했다. 예로 밀키스 광고에 영웅본색의 배우인 주윤발이 출연했다. 현재는 한류가 인기를 끌며 K-pop 스타들이 주로 CF에 출연하고 있다.
7. 이웃 문화
응답하라 1988에서 저녁 식사 전 반찬에 돌려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웃끼리 음식을 나눠 먹고, 식사에 초대해서 함께 먹는 모습은 이웃 간의 정을 보여 준다.
이웃과 반찬을 나누는 모습 (C)TVN응답하라 1988 당시 품앗이, 김장 등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주택의 형태가 큰 영향을 끼쳤는데, 70년대에는 단독주택이 주였지만 경제발전과 이웃 증가로 변화했다. 2층과 반지하, 옥탑방 등이 생기면서 다가구주택이 주가 된 것이다. 한 지붕 세 가족도 이때 생긴 말이다.
8. 추억의 먹거리
덕선이가 꼬깔콘을 먹는 장면, 정봉이가 치토스를 먹는 장면에서 추억의 간식들을 엿볼 수 있다.
경양식과 꼬깔콘을 먹는 장면 (C)TVN 응답하라 1988 외식이 흔치 않던 시절, 외식메뉴는 보통 짜장면 혹은 경양식이었다. 특히 경양식은 특별한 날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 당시 경양식의 대표 메뉴는 돈가스와 비후까스, 함박 스테이크였다. 또 인기 간식으로는 꼬깔콘, 가나초콜렛, 치토스 등이 있었다. 라면이 간편식으로 흥행했는데, 삼양라면이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이었다. 이후 신라면, 진라면 등 다양한 라면이 출시되었다.
과거를 떠올리면 함께하던 사람들과의 따듯한 추억이 떠오른다. 함께하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옛 추억을 떠올리고, 그 소중함을 느끼며 다가오는 봄을 맞아보는 것은 어떨까?
YECCO 예코 콘텐츠기획팀 김혜린, 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