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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CO Mar 17. 2023

서울ㆍ경기 지하철 타고 같이 꽃 보러 갈래요?

문화기획1 | 수도권에서 봄꽃을 즐길 수 있는 공간 큐레이션

봄만 되면 여기저기 올라오는 꽃 명소. 마음은 싱숭생숭한데 아직 계획은 없다면 올해는 예코 손 잡고 꽃 보러가기, 어떤가요? 서울ㆍ경기 지하철로 떠날 수 있어서 차가 없어도 쉽게 이동 가능할뿐만 아니라, 매력과 개성이 넘치는 공간으로 예코가 큐레이팅해봤습니다. 자 그럼, 공간의 역사와 함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러 가볼까요? 예코 고고해~!!



1. 서울 현충원

도심 한복판, 경건한 묘역 옆에 넓고 아름다운 들판과 호수가 있다는 것에 놀라곤 합니다. 굉장히 넓고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서 아름다운 꽃과 나무 사이를 한가하게 거닐 수 있어요. 4~6월이면 철쭉이 참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산책 중간에 잠시 묘역에 들러 교과서에서 보았던 독립운동가와 참전용사들의 묘비를 찾아보는 일도 가치 있겠죠? 가족들과의 피크닉 장소로 추천드립니다.

[4 & 9호선 동작역, 무료 주차]

현충원 안에 있는 현충근린공원 (C)YECCO


2. 창경궁 대온실

궁궐 내부의 서양식 온실은 아픈 역사를 연상시킵니다. 창경궁은 특히나 일제에 의해 내부에 동물원과 식물원이 건설되어 궁궐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당한 공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황실 식물원 담당자였던 후쿠바 하야토(福羽逸人)가 설계를 담당했고 시공은 프랑스 회사가 맡았는데, 철재와 목재의 뼈대, 유리창을 설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시설물로서 건축사적 의미가 있어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남게 된 대온실은 현재는 궁궐 내 이색적인 건축물로서 국내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식물들과 야생화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간에도 개방되는 창경궁 안에 위치하여 밤에도 이 독특한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예코가 이 장소를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4호선 혜화역, 입장료 1,000원]

왼쪽부터, 저녁무렵의 대온실 (C)Esquire Korea/ 대온실 내부 (C)한겨레


3. 경춘선 숲길

'폐역'이라는 공간은 과거의 향수와 여행의 설렘을 느끼게 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긴 산책로와 공원들이 옛 경춘선 철로를 따라 조성되어 있습니다. '화랑대 철도공원'으로 길찾기를 하면 사진처럼 기차들이 전시된 공원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2020년 이후 노원불빛정원으로 개조되어 인공물과 조명들이 번쩍이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공릉역 부근에서 따릉이를 빌려서 벚꽃 사이를 미끄러져 달려보세요. 예전의 평화롭고 한적한 숲길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도에서 '경춘선 숲길'을 검색하면 전체 코스가 표시됩니다.

[6호선 화랑대역, 7호선 공릉역]

화랑대역 인근 풍경 (C)YECCO


4. 인천 개항장거리

이 일대는 개항기의 모습을 간직한 문화지구입니다. 인천도시공사는 이 문화지구를 최대한 보존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오랜기간 공을 들였는데, 그중 몇몇 건축물을 예코가 소개해드립니다.

인천 개항장거리 (C)인천시


1) 제물포구락부: '클럽'의 한문식 발음이었던 구락부. 이곳은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을 위한 사교 장소로 지은 곳으로 도서실, 당구대, 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었으며 외부에는 테니스 코트까지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제물포구락부 내부의 모습 (C)제물포구락부/ 드라마 '도깨비'에 나타난 제물포구락부의 모습 (C)TVN 드라마 '도깨비'


2) 이음1977: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는 철학을 갖고 있던 故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하고 개인의 단독주택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인천도시공사가 매입하여 최소한의 리모델링으로 조성한 공간입니다. 일제강점기 정미소였던 건물을 헐 때 나온 벽돌로 내벽을 쌓고, 문화재 보수용 전돌로 외벽을 마감했으며, 실내 전등조차 일본에서 직접 사 올 정도로 이 지역의 특성과 역사를 살려서 지은 건축물이라고 하니, 왜 인천도시공사가 매입하여 시민들이 이 공간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개방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1호선& 수인분당선 인천역]

왼쪽부터, 벚꽃 나무가 드리운 개항장 이음 1977/ 가로수 꽃들이 핀 개항장거리 일대 (C)인천시


3) 인천개항박물관과 인천근대건축전시관: 이 두 곳은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으로 사용되던 건물들로, 조선의 화폐발행과 경제를 틀어쥐기 위해 일본 조계지에 들어선 일제의 금융기관에 의해 사용되었습니다. 이 건물들을 개조하여 현재는 20세기 초 개항기의 인천의 모습을 공부할 수 있는 박물관과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개항기의 건축물들을 잘 보존하여 시민들에게 유익한 공간으로 개방한 인천시의 노력이 잘 보이는 곳이죠?

왼쪽부터, 인천개항박물관/ 인천근대건축전시관 (C)인천관광공사


5. 한양도성 낙산구간

높지 않아 부담없이 걷기 좋은 낙산. 낙산의 한양도성길을 따라 걸으면 화사한 봄꽃들이 피어 있어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뿐만 아니라 이름을 잘 모르는 다채로운 꽃들까지 만날 수 있어요. 낙산성곽길도 멋있고 근사한데, 옆으로 살짝만 벗어나서 이화동, 창신동의 경사진 좁은 골목들을 걸으면 새로운 풍경을 우연찮게 발견하는 일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답니다. 걷기만 해도 좋아지는 기분, 뭔지 아시죠?

[4호선 혜화역, 한성대입구역]

한양도성 낙산성곽길 (C)서울관광재단


6. 서울 응봉산

산이라는 이름에 압도될 필요는 없습니다. 81m 밖에 안 되는데다 올라가는 길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산이 아니라 가볍게 언덕을 산책하는 느낌으로 가시면 됩니다. 야트막한 산 위의 고요한 팔각정, 그리고 노오란 개나리 군락지 아래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 분명 서울 도심임에도 왠지 목가적인 시골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경의중앙선 응봉역]

응봉산의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고 산 밑으로는 기차가 지나가고 있다. (C)서울관광재단


7. 창덕궁 낙선재

꽃잎 수가 5장인 매화는 홑매, 10장이면 겹매, 그보다 더 많으면 만첩매라고 부릅니다. 성정각과 낙선재의 홍매화는 바로 만첩홍매화이며, 400년이 넘은 고목입니다. 홍매화를 보고 나서 낙선재 안쪽으로 들어가면 철마다 다른 꽃이 피는 화계가 있습니다. 화계는 우리나라의 주거공간에 조성되었던 계단 형식의 정원인데, 낙선재 권역이 낙선재, 석복헌, 수강재로 나뉘어 세 명의 거처로 사용되었던 만큼 이곳의 화계도 개별적으로 나뉘어져 각 공간의 고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조선의 마지막 황실가족이 귀국해서 머물던 역사 때문인지, 이곳에 꽃이 필 때면 혹한기를 지나서 맞이하는 봄이 뭉클하다고 느껴집니다.

[3호선 안국역, 입장료 3,000원]

왼쪽부터, 낙선재의 홍매화 (C)서울저작권위원회/ 낙선재 화계 (C)국가문화유산포털


예코와 함께하는 여행 어떠셨나요? 꽃만 보고 끝나는 여행이 아닌, 꽃이 공간의 역사와 이야기를 입고 각기 다른 색으로 피어나는 모습이 보였던 여행이었다면, 예코의 목적은 달성되었습니다:)



YECCO(예코) 콘텐츠기획팀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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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는 외국인에게 문화유산을 해설하는 청년 비영리단체입니다.

Instagram(@yecco_official), NAVER 오디오클립 <예코 고고해>에서도 YECCO의 콘텐츠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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